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임기 반환점을 맞아 가진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이전과 달리 상기된 표정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1층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 입장해 테이블에 앉았다. 검은색 정장에 연보라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시작과 함께 15분간 약 3400자 분량의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라며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대국민담화 형식도 다소 바꼈다. 바로 직전 8월 국정브리핑 때 약 1만2000자에 비해 4분의 1 정도 분량으로 줄었다.
지난 4월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약 1만5000자와 비교하면 분량은 더욱 줄었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발언하기보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답변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데 따른 것이다.
디만 윤 대통령은 고개를 숙이기는 했지만 사과한 이유에 대해서는 “임기 반환점에 들어 국민께 감사와 존경을 표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15분 가량 진행된 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 2년 반 동안 국민이 맡긴 일을 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쉼 없이 달려왔다”며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탓이다”라고 말했다.
시작한 지 3분 만에 사과를 마친 윤 대통령은 지난 임기 전반부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어려움의 원인은 외부요인에서 찾았다. 코로나-19 펜데믹의 여파,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공급망,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지속 등을 언급했다. 대통령의 임기를 끝까지 완수하겠다는 의지도 강력하게 밝혔다.
담화 뒷부분에는 “저와 정부의 부족한 부분 잘 알고 있다. 고칠 부분은 고치겠다”며 “당정소통을 강화하고 국민위해 일하는 유능한 정부, 유능한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모적 갈등’으로 시간 낭비할 수가 없다”며 “민생과 미래를 위해서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민생과 미래를 위한 일 만큼은 모두 힘을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발언 시간은 지난 5월 취임 2년 기자회견 당시 발언보다 줄었지만 내용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 취재진은 먼저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 씨 의혹 관련 질문에 집중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관련한 각종 의혹이나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긴 시간을 들여 해명했다. 윤 대통령은 “도움주려고 노력한 사람에 대해 매정하게 하는 것이 뭐하고 본인도 섭섭했겠다 싶어 전화를 받아 줬다고 참모진에게 얘기했다”며 “명태균씨 관련해서 부적절한 일 한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고 그렇다”도 답했다.
답변 과정에서 헛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하고 두 팔을 넓게 벌려 테이블 끝을 잡으며 말하는 특유의 자세도 나왔다. 김 여사의 국정개입에 대한 입장과 대외활동 중단 등 곤란한 질문이 나오자 “질문이 명확하지 않다”며 다시 되묻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을 돕는 것이 국정개입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국어사전을 다시 써야 한다”며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없는 것까지 만들어서 제 처를 악마화 시킨 것이 있다”며 억울한 감정을 드러냈다.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에 대한 답변은 “국민이 좋아하면 하고 국민이 싫다고 하면 안 해야 한다”면서도 “외교관례상 국익활동상 반드시 해야 된다고 저와 제 참모들이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단해왔다.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다른 기자가 김 여사의 대외활동에 대해 다시 물으려고 하자 말을 끊고 기존 주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신중한 처사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묻자 “앞으로 부부싸움을 좀 많이 해야 겠다”며 다소 감정적으로 답했다.
이어 “말씀드리고 싶은 얘기를 좀 하겠다”며 본인이 정치를 시작하던 시점부터 다양한 사람들에게 많은 연락을 받았다며 김 여사의 내조에 대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본인의 휴대전화 메시지에 김 여사가 대신 답변을 했다는 내용을 소개하면서 “전부 제 책임이다. 소통의 방식을 바꿔야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legend1998@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