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노믹스 2.0’ 시대 달러 강세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앞다퉈 달러예금에 몰려들면서 예금 잔액이 최근 5일 만에 1조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원·달러 환율이 고점이었던 상태에서 추가적인 환차익을 노린 수요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일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612억2000만달러(약 85조7483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 말(602억600만달러) 대비 5일(3영업일)만에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들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9월 말 634억32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한 달 동안 30억 달러가량(약 4조원) 빠졌는데, 미 대선을 앞두고 향후 환율 상승을 예측한 뭉칫돈이 빠른 속도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달러예금 잔액 상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달러를 사들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달러예금은 예금 금리에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상품으로, 환율이 오를 때 팔면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소식이 전해진 6일 서울 외환시장 야간거래 때 환율이 급등, 약 7개월 만에 1400원대로 올라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기조를 강화하면서 달러가 초강세를 보였던 2022년 11월 7일(1413.5원) 이후 2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했다.
달러 강세는 원화뿐만 아니라 다른 화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간밤 전 거래일 대비 1.67% 상승한 105.05에서 장을 마감했다. 엔·달러 환율이 이날 오전 6시 30분 154.67엔까지 밀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이 트럼프 당선을 계기로 입모아 달러 강세를 예상하는 만큼, 당분간 달러예금 선호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주요국과 달리 미국의 경제만 양호한 ‘미국 예외주의’가 재차 부각되고 있다는 점도 환율 상승 기대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김완중 하나금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확장 재정정책, 반 이민 기조 등 트럼프의 정책기조가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기존 전망보다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중국 견제 발언 등도 원화가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IMF는 10월 22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에서 이뤄진 대규모 투자가 생산성 향상과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며 미국 경제가 세계선진 경제를 다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며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트레이드, 엔화·위안화 약세, 외국인 국내 주식 순매도 등으로 상승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승희 기자
h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