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심도 ‘美 우선주의’...주식이민 가속화 우려
2024-11-07 11:27


6일(현지시간)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로 근무 중인 월터 런던 씨가 이번 미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는 모습. 미 대선 다음 날인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508.05포인트(3.57%) 오른 43,729.93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22년 11월 10일(3.70%)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같은 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46.28포인트(2.53%) 오른 5,929.0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544.29포인트(2.95%) 오른 18,983.47에 각각 마감했다. 3대 주요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다. [AFP]

‘미국을 더 위대하게(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란 구호를 전면에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한다. 내부적으론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미국의 경기 확장을 추구하고, 대외적으론 4년 전보다 더 높아진 관세 장벽을 바탕으로 펼치게 된 보호무역주의가 글로벌 증시와 채권, 가상자산 등 투자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집중된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 대선 다음 날인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508.05포인트(3.57%) 오른 43,729.93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22년 11월 10일(3.70%)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같은 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46.28포인트(2.53%) 오른 5,929.0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544.29포인트(2.95%) 오른 18,983.47에 각각 마감했다. 3대 주요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대선 승리를 확정지으면서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한 게 시장에 긍정적으로 반영됐단 게 미 월가의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와 동시에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싹쓸이하는 ‘레드 스윕(Red Sweep)’ 가능성까지 높아진 점은 올 들어 ‘사상 최고’ 기록을 연이어 경신해 온 미 증시를 더 높은 곳으로 밀어 올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단 분석도 있다.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미 증시 주요 상장사의 주당순이익(EPS)을 크게 증가시키며 주가 상승 체력을 강화, 투자 매력을 크게 높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법인세 추가 인하 시 S&P500 기업들의 2026년 EPS 증가율이 기존 13%에서 20%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며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도 현재 21배 수준에서 23배까지 확장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짚었다.

반면, 미국이 고율 보복 관세 등을 무기로 무역 장벽을 높일 경우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국내 증시엔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무역분쟁이 격화할 경우 한국의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약 62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국내 증시 시총 상위주가 다수 포진한 주요 자동차, 2차전지, 철강주의 경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관세 부과 표적이 될 수 있단 지적도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23년 444억달러로 역대 최대였고, 올해 1~9월도 399억달러로 연간 기준 최고치 경신이 유력하다. 미국 정부 통계상으로 한국은 올해 1~8월 기준 미국의 8대 무역 적자국이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 관세 부과 역시 중국에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를 대거 공급하는 한국엔 불리할 수밖에 없단 지적도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실시한 반도체지원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수혜주로 꼽혔던 반도체·2차전지주도 트럼프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단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즉시 백지화를 공언한 대표적인 정책이란 점에서다.

미 증시 강세와 국내 증시의 지지부진한 흐름이 나타날 경우 단기적으론 국내 증시에서 미국 증시로 투자처를 옮기는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 이민’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이라며 “이럴 경우 국내 증시를 떠받칠 수급 측면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일까지 약 11개월 간 미 증시에 대한 거래액(매도+매수액)은 3877억5777만달러로 2019년(308억6600만달러) 연간 수치와 비교했을 때 5년 만에 12.56배나 늘었다. 전년(2732억646만달러)과 비교했을 때도 41.93%나 늘어났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미 증시 투자가 정점에 달했던 2021년(3700억4650만달러) 연간 기준보다도 4.79% 커진 수준이다.

다만, 한미 증시의 실제 흐름을 전망하기 위해선 정치적 변수보단 경기 사이클과 통화정책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도 경기확장과 금리인하 사이클이 겹친 2020년 코스피 수익률이 30.8%로 가장 높았고, 경기위축과 금리인상이 맞물린 2018년 수익률이 -17.3%로 가장 낮았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내년에 느린 경기확장과 통화완화 조합이 예상된다”며 단기적 정치적 변동성과 별개로 내년 증시 상승 가능성을 점쳤다.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증시 투자자에겐 관세 부과를 무기로 삼은 트럼프표 미국 우선주의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지적도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관세 부과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강화로 금리가 오르면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로서도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낮출 수밖에 없고, 투심엔 치명적”이라며 “최악의 경우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이 발생해 증시에 결정적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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