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 매카미시 파빌리온에서 개최된 선거 유세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접촉을 하기 위해 본격적인 움직임에 착수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7일 통화에서 “조만간 이른 시일 내” 회동하기로 하면서 2016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의 사례처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당선인 신분으로 만남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동 주미대사는 대선 결과가 윤곽이 드러난 직후 트럼프 당선인의 플로리다 자택인 마러라고로 향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마러라고를 대통령직 인수팀으로 꾸릴 것이라고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7일 취재진과 만나 “대통령님과 당선인의 통화 주선을 했고, 네트워킹을 유지하기 위해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59분부터 약 12분 동안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통화를 했다. 각국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비교적 조기에 통화가 성사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 나아가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주요 행위자로서의 미국의 평가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정상 차원의 통화를 기초로 신뢰를 구축하고,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며, 많은 불확실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계를 빨리 안정화시키겠다는 두 분의 의지가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공화당 대선 후보 시절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 등을 만났고,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바레인 하마드 빈 이사 알 칼리바 국왕과도 통화했다. 대선 후보가 각국 정상을 만나는 것은 이례적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6년 대선 후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첫 외국 지도자로 아베 총리를 만났다. 취임 전 비공식 회담의 성격으로, 친교 일정의 형식으로 접촉했지만, 대화 과정에서 양국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런 사례가 있는 만큼 윤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회동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다만 내년 1월까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임기가 남아있는 만큼,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간부들과 미국 대선 결과를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조 장관은 지난 3월 방미 당시 만나 친분을 쌓은 빌 해거티(공화·테네시) 상원의원과 지난주 한미 2+2(외교·국방) 장관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도 통화를 했다. ‘친트럼프’로 꼽히는 해거티 의원은 마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사원의원과 함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무장관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정부는 경제 분야에서 현 바이든 행정부와 곧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하에서 자국 산업 발전 정책과 중국을 견제한다는 큰 틀에서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보조금을 통해서 지원했다면,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보조금 대신 관세 장벽으로 자국 산업을 더하려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조금이 많은 기업들이 우려하고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도 바이든 행정부 못지않게 자신들의 고용, 미국 제조업 부활 등을 위해 한국처럼 수준 높은 외국인 기업 투자를 적극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향하는 바가 같기 때문에 미국과 협의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중국산에 대해 고관세를 취하면 많은 경우 우회수출을 해 원산지 조건을 강화하게 된다”며 “우리나라가 강화된 원산지 조건 때문에 피해를 볼 수 있는 등 복잡한 관계가 있어서, 잘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면 우리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