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한 백화점 내 베이커리에 빼빼로데이 관련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빼빼로데이(11월 11일)가 다가오면서 유통가는 관련 마케팅으로 한창입니다. 수능일(14일)과 맞물려 이번 기회에 마음을 전하는 분들도 있지만, 기업들이 키운 상업적 기념일이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이날이 가진 다른 의미는 없을까요? 초코 막대 과자 뒤 숨은 이야기를 알아봅니다.
1990년대 경남의 여학생들이 빼빼로를 교환하며 시작됐다고 알려진 이날은 일종의 토종기념일입니다. 이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분주한 대표적인 기업은 롯데죠. 9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빼빼로를 2035년까지 1조원 브랜드로 만들어라”는 특명을 내린 만큼 대대적인 판촉에 나서고 있어요. 롯데웰푸드는 모델인 뉴진스, 글로벌 인플루언서 등을 내세워 해외 소비자를 겨냥한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서울 성수동에서 ‘빼빼로 미니 팝업스토어’를 열면서 분위기를 끌어 올렸습니다.
일본에서는 11월11일을 '포키와 프리츠의 날'로 기념한다. [나무위키 제공]
덕분에 이날은 빼빼로 뿐만 아니라 머랭스틱, 막대과자, 바통마들렌, 페이퍼롤 등 다양한 디저트가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해테제과는 빼빼로 대신 ‘포키’ 데이를 밀고 있어요. 일본 에자키 글리코의 초코 막대 과자인 포키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죠. 일본은 11월 11일을 ‘포키와 프리츠의 날’이라고 부르며 기념합니다. 다른 점은 글리코라는 업체가 이날을 1999년 일본기념일협회 신청해 정식 승인을 받았다는 거예요. ‘기업이 만든 (상업) 기념일’이라는 말은 사실인 것이죠.
중국에서는 빼빼로데이 대신 다른 걸 기념합니다. 알리바바 등 중국의 유통업체들은 ‘독신의 외로움을 쇼핑으로 달랜다’는 취지의 광군제(光棍节)를 1990년대부터 대대적인 연례 할인 행사로 키워왔습니다.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등이 11월을 전후로 유달리 공격적인 광고를 하는 이유죠.
그렇지만 11월 11일이 상업적인 날로만 기억되기엔 아쉬운 측면이 있습니다.
농업인의 날을 맞아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하는 11월 가래떡데이 행사 관련 포스터. [국립식량과학원 제공]
우선 한국에서 이날은 농업인의 날입니다. 농업과 생명의 근간인 흙(土)이 십(十)과 일(一)로 이루어졌다고 해서 1996년부터 지정된 정부기념일입니다.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농민들의 자부심 고취를 위해 이날 가래떡을 먹자는 ‘가래떡데이’가 생긴 배경이죠.
농림축산식품부는 2006년부터 가래떡데이를 지정하고 소비 촉진행사를 하고 있어요. 이달 12일까지 ‘올해도 11월 11일에는 가래떡!’ 행사를 진행하며 가래떡 사진을 올리면 선물을 준다고 하네요.
영미권에서 이날은 현충일 성격을 가집니다. 1918년 11월 11일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날(휴전협정 기준, 콩피에뉴 협약)이기 때문이죠. 미국에서는 이날이 퇴역한 군인을 기리는 ‘재향군인의 날(Veterans Day)’로 공휴일입니다. 이날은 프랑스에서도 제1차 세계대전의 휴전을 기념하는 공휴일(L’Armistice du 11 novembre)이에요. 현지에서는 그로부터 106년이 지난 오늘을 기리는 행사들이 줄잇고 있죠.
프랑스에서 제1차 세계대전 휴전기념일을 기념하는 모습을 보도한 현지 언론. [Ville d'Echirolles 캡처]
11월11일은 폴란드의 독립기념일이다. [폴란드정부 홈페이지 캡처]
호주에서는 11월 11일을 영령 기념일(Rememberance Day)로 부르는데요. 영연방인 영국, 캐나다, 남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에서는 이날 1~2분 동안 묵념을 하는 문화가 있다고 해요. 이때 개양귀비 조화가 거리, 묘지 등에서 많이 보이죠. 동시에 이날은 폴란드가 러시아, 프러시아(독일), 오스트리아로부터 123년 동안 분할됐다 국가 지위를 회복한 날(독립기념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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