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수능엿’은 어디로 갔을까?
2024-11-09 07:40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과거에 비해 엿을 많이 찾지는 않아요. 어쩔 수 없죠. 문화 자체가 달라졌으니깐요.”

인천에서 쌀엿 공장을 운영하는 김창동 씨의 말이다. 김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엿은 이제 전통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며 “엿을 만드는 공장도 많이 사라졌어요. 전국 단위로 엿을 공급 하는 업체도 몇 군데 남아 있지 않습니다”고 말했다.

대입 시험을 치른 4050세대들은 ‘엿’선물을 받아본 경험이 한번 씩은 있다. 가락엿을 주기도 하고, 갱엿을 잘라 손글씨와 함께 건네기도 했다. ‘엿이 붙듯 시험에 붙어라’는 뜻을 담았다. 수험장 정문에 엿을 붙인 채, 합격을 기원하는 부모님의 모습 역시 익숙한 풍경이었다.

시험 전 엿을 먹는 문화는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왕조실록 영조실록에는 ‘엄숙해야 할 과거장에 엿장수들이 들어와 어지럽혔으니 감독을 소홀히 한 금란관(禁亂官)을 문책해야 한다’는 기록이 있다.

엿에는 단순히 ‘붙으라’는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의학서 본경소증을 보면 엿이 위급한 복통에 효과가 효능이 있다고 기술돼 있다. 동의보감에서도 엿이 허한 기력을 돕고, 기침을 멈추게 한다고 써 있다. 과거시험을 앞둔 선조들은, 엿을 통해 시험으로 생긴 긴장과 스트레스 완화 효과를 노렸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엿의 자리는 초콜릿이나 과자류, 건강기능식품 등이 대체하고 있다. CU가 내놓은 국가대표 김예지 선수와 협업해 출시한 ‘예지력 아르기닌’, ‘예지픽 멀티비타민’ 등이 대표적이다. CU는 서울대 초콜릿, 시계 등 기획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스타벅스도 행운을 담은 선물, ‘네잎클로버’를 활용한 쿠키를 출시하기도 했다.

엿을 사는 것 자체도 쉽지 않게 됐다. 실제 기자가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에 문의한 결과 “엿은 팔지 않는다”는 답을 내놨다.

수능 프로모션 대상에도 당연히 포함되지 않는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엿의 수요가 줄면서 2021년부터 팔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롯데마트·이마트 등은 캔디류로 분류된 ‘호박엿골드’ ‘오늘좋은 호박엿’ 밖에 없다. 이 역시도 수험생 할인행사 대상이 아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엿 판매량은 줄었다. 올해 한 대형 온라인 쇼핑몰의 엿 카테고리 매출(10월18일~11월 7일)은 2021년 수능 전(10월22일~11월 11일)에 비해 30% 이상 감소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세대가 변하면서 전통적이고 의미를 가진 엿보다, 받는 당사자가 좋아하고 시대적으로 인기가 있는 상품이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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