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 미국기술연구소 시니어 디자인 매니저 브래드 아놀드가 지난 3월 미국 뉴욕 제이콥 재비츠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4 뉴욕 오토쇼에서 ‘더 뉴 투싼’을 소개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미국 시장에서 연일 판매량 상승곡선을 그리는 현대자동차·기아 하이브리드차가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최다 판매 기록 경신을 이어갈 지 관심이 쏠린다.
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는 지난 10월 한 달 동안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7.4% 늘어난 14만7613대를 판매했다. 이는 브랜드 합산은 물론 각사별 역대 10월 기준 최다 판매 기록이다.
특히, 친환경차 판매량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친환경차 판매량은 같은 기간 52% 늘어난 3만1668대를 기록했다.
친환경차 실적을 견인한 것은 단연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양사는 지난달 2만1679대의 하이브리드차를 판매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무려 64.9% 늘어난 수치다. 전체 미국 판매량에서 하이브리드차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역대 최대치인 14.7%로 늘었다.
브랜드별 베스트셀링 모델을 살펴보면, 현대차 준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투싼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전년 동기 대비 110.1% 늘어난 6790대가 팔렸고, 기아는 카니발 하이브리드가 1941대 팔리며 실적을 견인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 판매량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재출범에 따른 미국 완성차 시장 변화 가능성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로 전기차 판매 보조금 축소를 제시했던 만큼 업계 안팎에서는 “미국 내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바이든 행정부와 비교해 더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기존 내연기관에 대한 규제에 관해서는 ‘완화’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내연기관과 더불어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기아 더 2025 카니발 외관. [기아 제공]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친환경 정책 후퇴로 전기차 시장 전반이 위축되며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수요·공급 측면의 니즈(요구)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기아도 달라질 시장환경에 대비해 판매 전략 재정비에 분주한 분위기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내년 초 가동을 앞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설계 변경이 꼽힌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2022년 10월 HMGMA 착공 당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운영할 방침이었지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대응하고자 전기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차도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를 변경했다.
앞서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전무)은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당시 “IRA 축소 등에 대비해서는 전기차 캐즘과 맞물리면서 현대차의 강점인 유연한 생산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 판매 물량을 대폭 늘릴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상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축소 또는 폐기와 더불어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폐지 가능성이 커졌고, 이에 따른 전기차 시장 위축 전망에도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라며 “여기에 미국 수출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대폭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은 HMGMA 가동으로 현지 생산량을 110만대 수준까지 끌어올려 관세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데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며 “수출 환경 변화 여파로 전동화 전략에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아우르는 현지 맞춤형 전략을 잘 준비한다면, 현지 영향력을 더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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