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태 보로노이 대표[보로노이 제공]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2년 만에 12배”
증권사에서 자산운용 업무를 하던 펀드매니저가 창업 10년 만에 2조원 가치의 기업을 만들었다. 본인이 가진 주식 가치도 몇 천억원에 육박할 만큼 늘었다. 자산을 늘리는 일이 주특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신약 개발 기업 보로노이의 김현태 대표다.
김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2005년부터 증권사에서 자산운용 업무를 맡았다. 이후 10년간 여러 증권사에서 자산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쌓다가 2016년 보로노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보로노이는 2015년 인천 송도에서 창업된 회사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김 대표는 제약바이오 분야 투자를 담당하다 보로노이를 알게 됐다.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기업으로 봤지만 투자를 유치하지 못해 어려운 상황에 놓이자 본인이 직접 대표로 합류하게 됐다고 한다. 다만 본인은 경영부문 대표만 맡고 신약개발과 같은 연구개발은 김대권 대표에게 맡겼다. 김대권 대표는 서울대 약학과 출신으로 보건산업진흥원 등에서 약물 연구를 담당했다.
보로노이 연구소 모습. 보로노이 홈페이지
이후 몇 차례의 외부 투자를 받은 보로노이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VRN07’ 개발에 성공했다. 비소세포폐암은 폐암 분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암 중 하나로 현재 개발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는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타그리소’가 대표적이다. 이어 최근에 유한양행이 개발한 ‘렉라자’가 얀센의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으로 미 식품의약국(FDA)의 폐암 1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으며 폐암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특히 보로노이가 개발한 VRN07은 지난 2020년 미 바이오 기업 오릭에 기술이전돼 현재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보로노이 개발한 또 다른 폐암 치료제 VRN11도 임상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희소식들이 이어지자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지난 2022년 코스닥에 상장한 보로노이는 당시 3만원대로 시작됐지만 한 때 최저 1만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유상증자와 무상증자 등을 거치면서 지난 해 7만원대까지 올랐지만 올해 4월에는 2만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또 다른 미 바이오 기업과 기술이전 계약 등을 체결하면서 8일 기준 보로노이 주가는 12만원을 찍었다. 코스닥 상장 2년 만에 최저점 대비 주식가치가 12배가 오른 셈이다.
이에 보로노이의 시총은 2조원을 넘었고 코스닥 시총 순위도 17위까지 올랐다.
보로노이 주가 추이. 네이버 증권
주가 상승으로 김 대표를 포함한 임원들의 자산 가치도 크게 증가했다. 현재 김 대표가 가진 보로노이 주식 수는 663만2019주로 35.5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현재 주가인 12만원으로 환산하면 약 8000억원에 가까운 규모다.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김대권 대표는 20만1209주를 갖고 있다. 김대권 대표의 주식 가치도 240억원을 넘는다.
특히 보로노이 임직원들은 지난 9월 약 26만2700여주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했다. 이와 함께 김 대표 등 임원들은 자신들의 행사한 주식을 1년간 매도하지 않는 것을 약속했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주요 임원진의 자발적 보유 확약은 회사의 장기 성장에 대한 믿음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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