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러시아 매체는 독일군 고위 관계자들이 러시아 본토의 타만반도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크림대교를 공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녹취를 공개했습니다.
독일 공군 참모총장과 참모 등 장교 4명이 암호화하지 않은 화상회의 플랫폼에서 대화를 나눴죠. 이들은 “크림대교가 매우 좁은 목표물이어서 타격하기 어렵지만 타우러스를 이용하면 가능하다”던가 “프랑스 다소의 라팔 전투기를 사용하면 타우러스로 크림대교를 공격할 수 있다”는 등 구체적인 공격 방법을 얘기했습니다.
이 녹취록으로 러시아 외무부는 독일에 설명을 요구하며 공세를 폈고, 독일은 공군 내부 대화가 도청당한 것이라며 신중하고 집중적으로 신속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죠.
이 대목에서 등장하는 무기 타우러스. 분명 러시아는 타우러스가 우크라이나에 지원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고 독일은 자신들의 타우러스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전쟁에서 전황을 바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4월 28일 독일 타게스슈피겔은 독일 연방군은 약 600개의 타우러스를 보유하고 있고 이 중 4분의1 이 즉시 전장에 투입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지원한 사거리 300㎞급의 지대지 미사일 신형 에이태큼스보다 200㎞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는 타우러스를 일찍부터 원하고 있었죠. 하지만 타우러스의 목표는 러시아 본토가 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독일은 타우러스를 지원할 수 없었습니다. 자칫하면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체가 이 전쟁에 휘말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도대체 타우러스가 어떤 무기이길래 이렇게 유럽을 떠들썩하게 했을까요?
타우러스는 독일과 스웨덴 합작회사인 타우러스 시스템즈가 제작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입니다. 터보팬 엔진으로 구동하는 타우러스는 마하 0.95의 속도로 최대 500㎞ 이상 날아갈 수 있습니다. 길이는 5m, 미사일의 전체 중량은 1.4t입니다. 구축함이나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무게가 같죠.
타우러스 미사일은 주요 전략목표를 정밀 타격할 수 있습니다. 적의 레이더망에 탐지되지 않도록 지상에서 40~50m 높이로 순항할 수 있습니다. 적의 방공망을 뚫고 핵심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이유는 3중 항법 장치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군용위성항법장치(MIL-GPS)와 관성항법장치(INS)를 이용해 위성에서 보는 위치와 자기 위치를 파악해 이동하는 것은 물론 영상기반항법장치(IBN)와 지형참조항법장치(TRN)를 조합한 복합 유도장치를 사용합니다. 때문에 하나 혹은 두 가지 유도 장치가 고장나거나 GPS 재밍 등 전자전 공격을 받더라도 나머지 항법장치를 이용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영상기반항법장치와 지형참조항법장치는 비행경로의 항공 촬영과 위성 촬영 이미지를 좌표와 함께 미사일에 사전에 입력해 미사일이 해당 지점에 도달하면 미사일이 촬영하는 열 영상 장치 이미지와 좌표를 대조해 미사일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이동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정밀한 항법장치 덕에 수m 이내의 오차범위를 갖는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죠. 뿐만 아니라 미사일이 발사된 후에도 Link16 등 군용 데이터 링크나 민간 위성을 이용해 공격 목표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목표물까지 날아간 미사일이 대충 때릴 수 있겠습니까?
타우러스가 무서운 또 다른 이유는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악마의 이름, 메피스토라는 별칭을 가진 특수한 폭탄 때문입니다. 메피스토는 관통탄두와 침투탄두로 구성된 탠덤형 탄두입니다. 우리가 대전차 미사일에서 볼 수 있는 그 구조 맞습니다.
즉 관통탄두로 지표를 뚫고 들어간 뒤 침투탄두가 지표면 아래로 들어가고 지하 시설에 빈 공간을 인식할 수 있는 지능형 신관을 이용해 파괴해야할 지점에서 480㎏의 탄을 정확하게 폭발하도록 하는 것이죠. 최대 6m의 강화콘크리트를 관통할 수 있어 탄두중량 900㎏의 폭탄과 맞먹는 파괴력을 자랑합니다.
또 지상의 목표물을 타격할 때는 관통탄두와 침투탄두를 동시에 폭발시켜서 폭풍과 파편효과를 이용해 목표물을 파괴하죠.
이렇게 설명만 들어도 살벌한 타우러스. 우리나라에 무려 260개가 있습니다. 미국 덕분이죠.
2000년대 중반. 우리 공군은 AGM-142 팝아이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과 AGM-84H 슬램-ER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운용하고 있었습니다. 팝아이의 사거리는 100㎞에 달했지만 노후화되고 있었고 슬램-ER은 사거리가 270㎞에 달했지만 도입된 수량이 40발정도 밖에 안 됐습니다.
이에 공군은 2008년부터 신형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도입을 추진했고 미국의 JASSM과 타우러스를 놓고 저울질 했죠. 한국군의 선택은 언제나처럼 미국의 JASSM으로 기울었습니다.
하지만 미 정부에서 수출 승인을 해주지 않았고 때문에 2011년에 계약을 체결하려던 사업은 2013년까지 연기됐습니다. 2013년 11월 방위사업청은 타우러스 KEPD350 170개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F-15K에 미사일을 통합하기로 했죠.
이후 2016년 90개의 미사일을 추가로 구매했습니다. 타우러스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한국군의 확실한 킬체인 능력 확보라는 절묘한 교차점은 이후 더 시너지를 발휘했습니다.
우리 군은 2018년부터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개발에 착수해 2021년 말까지 탐색개발을 마쳤고 2028년까지 체계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습니다. LIG넥스원이 체계통합을 하고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하기로 했죠.
애초에 타우러스를 기반으로 개발을 하려던 차였는데 타우러스가 한국군의 개발 소식을 그냥 넘길 리 없었습니다.
지속적으로 공동개발 의향을 밝혔고 결국 지난 2023년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LIG넥스원과 타우러스 350K-2 공동개발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우리 군의 경전투기 FA-50에도 장착할 수 있도록 미사일을 소형화하는 것이 핵심이죠. 길이 4.5m, 무게 907㎏으로 더 짧고 가볍지만 속도와 사거리는 동일하게 개발될 예정입니다.
FA-50뿐 아니라 KF-21에도 장착될 예정입니다. 독일 공군의 토네이도 IDS, 스웨덴 공군의 JAS 39 그리펜, 스페인 공군의 F/A-18과 유로파이터 타이푼, 그리고 우리 공군의 F-15K,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죠.
타우러스의 능력처럼 타우러스 350K-2의 공동 개발과 함께 우리 전투기의 해외 수출도 꼭 필요한 시장을 정밀 타격했으면 좋겠습니다.
오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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