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에서 러군의 포격을 받고 함께 숨진 다닐 리아슈케비치(왼쪽)와 발렌티나 나호르나 모습. [X 캡처]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전장에서 만나 연인이 된 우크라이나 군인 커플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한날한시 세상을 떠난 사실이 알려져 주변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최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제3독립돌격여단 소속 의무병 발렌티나 나호르나와 군인 다닐 리아슈케비치가 지난 4일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전선에서 함께 사망했다.
두 사람이 사망한 당시의 상황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호출 부호 '발키리'로 불린 발렌티나와 '베르세르크'로 불린 다닐이 불과 몇 달 전 사랑에 빠진 뒤 전쟁 동안 서로를 의지하며 참혹한 시간을 견뎌왔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동료 군인 코스틸은 베르세르크(다닐)가 발키리(발렌티나)를 만나 인생의 어두운 시기를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마침내 베르세르크는 그와 함께 싸우면서 곁에 있고 싶어하는 소울메이트를 찾았지만, 이것이 그들이 함께한 마지막 시간이었고 누구도 안전할 수 없었다"고 했다.
지난 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 화장터에서 의장대가 전사한 제3돌격여단 다닐로 리아슈케비치(베르세르크)의 관을 나르고 있다. 그는 여자친구인 의무병 발렌티나 나고르나(발키리아)와 함께 전장에서 사망했다. [AP]
발렌티나는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자 의무병으로 자원 입대했다. 제3여단 의료 서비스 책임자 빅토리아 콜라흐는 "발키리(발렌티나)는 의학적 교육이 부족했음에도 의료인으로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람"이라며 "생명과 죽음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고 애도했다.
다닐은 2014년부터 전장에 뛰어든 배테랑 군인으로, 다리에 부상을 입고도 전선에 복귀할 만큼 강인한 전사로 알려졌다. 그의 동료 트로히메츠는 "육체적·정신적으로 강인하며 유머 감각이 뛰어났지만, 결코 다른 이들에게 공격적이거나 오만하지 않았다.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했다.
두 사람의 장례식은 지난 8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화장터에서 거행됐다. 이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군중이 횃불을 밝히고 구호를 외치며 두 사람을 기렸다. 구호는 "불로 타오르라, 생명을 주는 연약한 내 심장을. 두려움도 의심도 모르게 하소서"였다. 이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처음 훈련을 시작할 때 암기하는 구호다.
제3여단의 군인 드비에츠니크는 "발키리(발렌티나)가 감정에 매우 진지해서 아름다웠다면 베르세르크(다닐)는 진정한 전사였고 두 사람은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해주는 존재였다"며 이들을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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