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주택 단지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올해 들어 서울에서 100억원 이상의 실거래가를 기록한 아파트가 20건에 달하는 가운데, 이 중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 매수자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빚을 내지 않고 전액 현금으로 매입한 사례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중 100억원 이상 거래는 총 19건(계약 해제 제외)이었다. 이처럼 초고가에 팔린 아파트들은 대부분 강남구 청담·압구정동, 서초구 반포동, 용산구 한남동, 성동구 성수동 등지에 소재한 고급 주거단지다.
이 중 실거래가에 신고한 금액을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기재한 거래는 총 13건이며, 1980년 이후에 출생한 MZ 매수자가 사들인 사례는 7건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젊은 집주인들은 대부분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단 점이다.
가령 지난 4월 강남구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2차’ 전용 244㎡는 100억원(13층)에 팔렸는데, 매수자는 1999년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별도의 근저당권이 잡혀있지 않아 전액 현금으로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달 가수 장윤정, 아나운서 도경완 부부가 120억원에 매도한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44㎡의 새 주인도 1989년생인 것으로 전해져 주목받은 바 있다. 해당 가구 또한 부동산 등기부등본상 별도의 근저당권 설정이 확인되지 않았다.
성동구 갤러리아포레 아파트 전경. [연합]
지난 6월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전용 241㎡를 108억원(40층)에 얻은 매수자도 20대로, 근저당권 설정 없이 전액 현금을 내고 산 것으로 보인다. 7월에는 나인원한남 전용 206㎡를 공동명의로 110억원(5층)에 매수한 새 집주인 2명도 1985년생으로, 별도 근저당권이 설정되지 않았다. 8월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234㎡(35층)가 180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주택도 매수자 나이는 30대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근저당권이 설정되지 않았다.
청담동 ‘더 펜트하우스 청담(PH129)’ 전용 273.96㎡는 지난 3월 103억원(6층)에 팔렸다. 매수자는 1980년대에 태어난 A씨, B씨 등 2명으로 각각 2분의 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채권최고액 11억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데, 통상 채권최고액은 대출금의 110~120% 수준으로 책정되는 만큼 9억~10억원가량을 은행에서 빌린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갭투자’ 사례도 있었다. 1983년생 한 집주인은 지난 5월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200㎡를 109억원에 매입했는데, 해당 주택은 지난해 10월 전세금 72억원에 전세권이 설정돼 있었다.
한편 젊은 집주인의 초고가 주택 매입은 20억~30억원대의 청약 분양권 및 아파트를 부모에게 증여받거나, 차입한 비용으로 사는 경우와는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부모가 자산가라고 해도 증여세율이 높고, 일정 금액 이상은 차용도 안 되는 데다 자금출처가 명확하지 않으면 매입이 쉽지 않다”며 “자금 회수에 성공한 젊은 사업가, 코인 투자 등에 성공한 사례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유빈 세무회계 새벽 대표세무사는 “100억원 이상의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지역 구분에 따라 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규제가 달라 대출 규모는 다르겠지만 대략 50억~60억원 이상의 자기자금 및 금융기관 외 그 밖의 차입금이 필요하다”며 “가족 간 차입금의 경우 이를 인정받기는 매우 까다로우며, 실제 소득 대비 터무니없이 높아 상환이 불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은 추후 해당 관계를 부인당하고 증여로 추정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즉 100억원대 이상의 금액에 대해 자금출처조사 및 부동산 실거래조사, 자금출처조사 등을 무사히 넘긴 아파트라면 국세청 PCI분석(소득-지출 분석시스템)에 따라 탈루 혐의 없이 가용소득을 인정받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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