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비리 온상’ 일파만파…‘문체부 vs 이기흥’ 전면전 격화
2024-11-13 09:35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합]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지금 대한민국은 대한체육회와 전쟁 중이다.

지난 10일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이 부정 채용(업무방해), 물품 후원 강요(금품수수), 후원 물품 사적 사용(횡령), 예산 낭비(배임) 등 혐의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수사 의뢰한 데 이어, 11일엔 문화체육관광부가 직무 정지를 통보했다.

그러자 이튿날 이 회장은 문체부 직무 정지 조치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며 반격에 나섰다. 스포츠공정위원회도 정부가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지 하루 만에 그의 3선 출마를 승인했다. 이에 12일 문체부는 유감을 표명했다. 체육단체 임원의 연임 심의를 별도 기구에 맡기고 징계관할권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법적 개선까지 예고한 상태다. 문체부와 이 회장간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격화됐다.

시작은 지난 8월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대한배드민턴협회 비판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른 체육단체의 구태에 대해 “체육과 체육인을 생각하는 정책이면 되는데 낡은 관행과 오래된 습관이 남아 있다. 체육이 ‘정치 조직화’돼 있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대한체육회를 ‘괴물’에 빗댔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연합]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은 이 회장을 ‘비리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이 회장을 향한 질타는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정부는 대한체육회를 향한 압박 강도를 더 높였다. 11월에는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이 대한체육회 비위 점검 결과를 발표했고 “체육회 내 각종 비위 혐의를 발견했다”며 이 회장 등 관련자 8명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점검단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인을 국가대표선수촌 직원으로 채용하도록 지시하면서 자격 요건 완화하고, 이를 반대하는 채용부서장을 교체했다. 또 대한체육회는 후원 물품을 사적으로 사용했고, 이 회장 승인 하에 한 스포츠종목단체장에게 선수 제공용 보양식과 경기복 구입 비용 대납을 요청했다.


대한체육회 노동조합원들이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 소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이기흥 회장의 3선 도전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

이처럼 각종 개인 비리와 대한체육회 관련 부조리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스포츠공정위는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덕분에 이 회장은 내년 1월 14일 열리는 제42대 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얻어 3연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전날 문체부가 이 회장에 대해 직무 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아무 소용 없었던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던 것이 현재 스포츠공정위원은 모두 이 회장이 직접 임명한 사람들로, 이 회장의 친위대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서울행정법원에 문체부의 직무 정지 결정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반격까지 나섰다.

이에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에 더 이상 공정성과 자정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문체부가 대한체육회에 예산 집행을 하는 주무 기관인 만큼 행정적, 재정적 불이익 조치를취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와 함께 체육단체 임원의 연임 심의를 별도 기구에 맡기고, 체육단체 임원의 징계관할권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법적 개선 작업에도 착수했다. 문체부는 빠른 법적·제도적 개선을 위해 의원 입법 형식으로 법 개정을 진행할 방침이다. 의원 입법은 국무회의 등을 거쳐야 하는 정부 입법에 비해 절차가 간단해 입법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 문체부는 “한국 스포츠에 공정과 상식이 자리 잡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