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소식에 투심이 얼어붙었던 2차전지 섹터가 최근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의 상승세를 계기로 반등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시점인 6~11일 ‘KRX 2차전지 톱10’ 지수는 7.98%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1.75%)·코스닥(-3.06%) 지수의 낙폭보다 큰 수준이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2차전지주의 약세는 더 두드러진다. 삼성SDI의 주가 하락률이 -13.54%에 이른 가운데, POSCO홀딩스(-8.25%), LG화학(-5.59%), LG에너지솔루션(-0.95%) 등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닥 시장에선 에코프로비엠(-14.45%), 에코프로(-11.65%) 등의 낙폭이 컸다.
2차전지 섹터 전반의 투심이 약화된 이유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기간 동안 조 바이든 현 미 행정부가 추진 중인 전기차 보조금 등 친환경차 정책을 180도 뒤집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1기 정책과 대선 공약 등을 고려해 보면, 전기차 의무화 명령 폐기, 파리기후협약 탈퇴 등으로 2차전지 전방 산업의 수요 부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다만, 일각에선 2차전지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의 최근 주가 반등세를 눈 여겨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일 하루에만 주가가 7%대 하락하는 등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지만, 8일 반등세를 보이더니 11일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로부터 우주선에 탑재할 전력 공급용 배터리 납품을 의뢰 받아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 중인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 제품은 이르면 내년 나올 스페이스 X의 차세대 우주왕복선 ‘스타십’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LG에너지솔루션발(發) 온기가 다른 2차전지 종목으로도 전해질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증권가에선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2차전지주 주가 낙폭이 과도하다는 진단도 잇따랐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가 내세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가 실제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종 정책 발표 전까지 정책 추진 불확실성에 근거한 뚜렷한 주가 방향성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대(對)중국 제재로 인한 반사이익으로 국내 2차전지주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iM증권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셀, 소재 업체들의 북미 시장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지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미국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의 잇따른 추가 수주 소식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전기차(EV) 스타트업 리비안에게 원통형 전지 4695를 납품하기로 결정했다. 에코프로그룹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통합 양극재 법인을 설립하고 니켈 자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전문가들은 확실한 수주 소식을 전한 기업을 중심으로 차별화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은 SK와 삼성 SDI의 출하 회복 및 신규 공장 가동으로 리튬 가격이 안정화돼 2025년 중기 인도네시아 프로젝트를 통해 원가를 10% 이상 절감할 것”이라며 “유럽향 1곳과 북미향 2곳의 신규 고객 확보를 통한 제2의 성장 국면은 2027~2028년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김민지 기자
al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