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연합]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유상증자 카드가 사라지면서 고려아연은 우호지분 확보, 국민연금과의 소통, 주주환원 정책 강화 등 대응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13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의했다.
이번 결의와 관련 고려아연 관계자는 “주주들의 우려와 시장 혼란에 대해 충분히 경청하고, 이를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주주 보호와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했다”며 “이에 따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관련 법규와 정관 등이 정한 절차에 따라 철회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자사주 소각 후 발행주식 전체의 20%에 육박하는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 원에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하겠다는 계획을 공시했다. 이에 시장에서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금융감독원이 지난 6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당시 고려아연 측은 “두 차례 공개매수로 유통주식이 씨가 말랐고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튀는 등 부작용이 생겨 유상증자로 해소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 논란이 지속되자 고려아연은 이날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독립적인 숙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해당 안건을 재검토한 끝에 철회 결정까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고려아연 이사진 13명 중 사외이사 7명은 지난 주말부터 전날까지 주주·전문가·당국을 만나면서 유상증자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기관투자자·소액주주·협력사·시장의 이해관계자 그리고 국민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또한 겸허한 자세로 의견을 경청해 지지를 이끌어 낼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향후 주주총회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영풍·MBK파트너스(이하 MBK)는 장내매수 방식으로 고려아연의 지분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현재 영풍·MBK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로, 최 회장과 우호 지분(약 34.65%) 대비 5%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임시 주총에서 경영권을 놓고 양측이 본격전인 의결권 대결이 벌어질 전망이다. 임시주총은 연말 또는 내년 1월 안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의결권 대결을 앞두고 현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고려아연 경영진은 발로 뛰며 우군을 확보하는 ‘플랜B’ 전략을 세우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등은 최근 주요 주주와 증권사를 연일 방문하면서 회사의 비전과 실적을 직접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의 지분 7.83%를 쥐고 있는 ‘캐스팅보트’ 국민연금과도 소통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고려아연은 13일 오후 최 회장이 참여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지배구조개선, 주주환원 정책 강화 등 향후 대응방안이 담긴 내용을 밝힐 계획이다.
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