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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 주가가 4년 5개월 만에 최저가로 떨어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봤던 ‘5만전자’ 선 붕괴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커진 위기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벌에 대한 불안 심리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대선 전과 비교했을 때 삼성전자 주가는 12.1% 내리고 시가총액은 41조원 넘게 증발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4.53% 내린 5만6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 2020년 6월 15일(4만9900원)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장중 최저가로는 2020년 6월 16일 기록했던 5만600원과 타이 기록을 세웠다. 사실상 지난 4년 5개월 간 삼성전자를 매수했던 투자자는 모두 현재 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해 물리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시가부터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1.89% 약세인 5만2000원으로 형성됐으며 장중 낙폭이 커지며 한때 4.72% 하락한 5만500원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주가 하락 폭은(전일 대비) 지난 8일 -0.87%에서 11일 -3.51%, 12일 -3.64%, 이날 -4.53%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외국인 투자자가 끌어내리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11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순매도 규모는 2조6925억원에 달한다.
외국인 보유 비중은 연초 54% 안팎에서 8월 말 56%대까지 올랐다가, 이날에는 연중 최저 수준인 52.1%로 떨어졌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 행렬은 이미 8월부터 심상치 않았다.
월간 기준으로는 지난 8월 순매도로 돌아섰다. 순매도 규모는 8월 2조569억원, 9월 8조5912억원, 지난달 4조4469억원이다.
이 같은 매도 행렬은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달 31일 HBM3E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형 호재’가 나오기도 했지만, 시장에선 삼성전자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한 분위기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2단 제품과 HBM4 등 차세대 제품에서의 경쟁사와의 격차가 여전히 존재해 낙관적인 판단을 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대선 후 트럼프 2기에 대한 불안까지 커지자 투자 심리는 더욱 얼어붙었다.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날인 5일과 비교하면 이날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12.1% 내렸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약 343조8500억원에서 302조700억원으로 41조7800억원 줄었다.
특히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반도체법(칩스법)을 수술대에 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2022년 8월 제정된 칩스법은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와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법에 따라 미국에 공장을 짓고 보조금을 받기로 했는데, 트럼프 당선인은 이 같은 직접 보조금 지급 정책에 회의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한 바 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규제를 강화할 경우 반도체 섹터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자국 보호주의에 따른 중국향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는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업체들에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는 것 역시 투자 심리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이달 1~10일 기준 수출은 전년 대비 17.8% 감소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수출 둔화를 근거로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2.0%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력 약화로 대외 불확실성에 가장 민감한 종목”이라며 “트럼프 당선 이후 다시 외국인 매도세가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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