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진단키트 스티커 [필메디 홈페이지 캡쳐]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최근 A씨는 대학생인 딸에게 ‘마약진단키트’를 선물했다. 최근 들어 마약 범죄 소식이 끊이지 않아서다. 그는 “코로나 이후 부쩍 술자리가 많아진 것 같아 걱정이 컸다”며 “호신용이라고 하나 사줬는데, ‘센스 있다’고 딸이 좋아하더라”고 전했다.
마약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마약진단키트 시장도 활성화되고 있다. 나도 모르게 마약에 노출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코로나 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코로나 진단키트 열풍이 불었다면, 최근엔 마약진단키트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그만큼 마약 범죄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보급형으로 유통되는 마약진단키트는 사용법도 간단하다. 스마트폰이나 지갑 등에 스티커 형태의 진단키트를 부착·휴대하고, 이후 검사가 필요할 때 스티커에 이를 적셔보면 된다. 색깔이 변하는지 여부로 마약 포함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마약진단키트 스티커 [필메디 홈페이지 캡쳐]
가격도 3만원대 이하로도 구매 가능하다. 체외진단의료기기 전문업체 필메디의 경우 스티커 6개가 1만3900원 선이다.
이 진단키트는 술이나 음료에 희석된 GHB, 소위 ‘물뽕’을 확인하는 스티커다. 필메디 측은 “GHB가 무색 무취 무향이란 특성 때문에 성범죄 등에 악용되는 마약류”라며 “손쉽게 술 등에 희석된 GHB를 검출·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마약진단키트 스티커 [필메디 홈페이지 캡쳐]
마약진단키트의 사용 후기도 다양하다. “해외여행 때 꼭 챙겨가고 싶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생긴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샀다”, “사용할 일이 없길 바란다”는 등이다.
국내 마약 범죄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작년 기준 마약 사범은 2만7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더 큰 문제는 본인이 선택한 마약 범죄가 아닌, 본인도 인지하지 못한 채 마약에 노출되는 범죄가 늘고 있다는 데에 있다.
기존처럼 클럽이나 술집 등에서 GHB 등으로 피해를 보는 것뿐 아니라 젤리나 사탕 등 가공품 형태로도 쉽게 마약에 노출될 수 있다. 작년엔 학원가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약을 섞은 음료를 배포한 사건이 터져 큰 파장이 일기도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마약진단키트 시장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수요가 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올해 7월부터 주점이나 클럽 등에서 손님에게 마약진단키트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했다. 국내에서도 경찰청 등이 마약진단키트 배포에 나서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도 공급하는 추세다.
진단키트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임신 진단키트 정도가 주된 수요였다면, 코로나 이후 기술력도 향상되고 수요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국내도 더는 마약청정국이 아니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마약진단키트 수요도 크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