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내가 죽더라도 꼭 누나 찾아”…돌아가신 아버지 유언장이 선물로
뉴스종합| 2014-02-19 17:05
[속초공동취재단=헤럴드경제 신대원 기자]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19일 남측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82명과 동반 가족 58명 등 140명은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에 집결해 상봉에 필요한 등록을 모두 마쳤다.

당초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83명이 등록할 예정이었지만 1명이 건강악화로 상봉을 포기했다.

60여년만의 만남을 앞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다보니 눈물 없이 지켜보기 어려운 갖가지 풍경도 곳곳에서 연출됐다.

북한에 사는 누나 김창숙씨를 만나게 될 김명복(66)씨는 누나에게 보여주려고 1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유언장을 들고 와 눈길을 끌었다.

김씨는 “아버지는 6·25 전쟁 발발 직후 남쪽으로 오셨고, 어머니는 1·4 후퇴 때 3남매 중 누나를 할아버지에게 맡기고 나와 여동생만 데리고 피난 왔다”며 “어머니가 부부싸움이라도 하실 때면 아버지에게 당신이 먼저 내려가는 바람에 명자를 두고 왔다고 타박하시고, 아버지는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하셨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아버지가 누나를 북한에 남겨두고 온 데 대해 평생 한을 갖고 계셨다”면서 “아버지가 ‘내가 죽더라도 꼭 누나 명자를 찾으라’고 남기신 유언장을 가져왔다”고 소개했다.

‘잃어버린 누나를 꼭 찾으라’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언장을 들고 누나를 만나러 가는 이산가족 김명복씨 <사진=속초 이산가족상봉 공동취재단>

아들과의 상봉을 신청했다가 아들이 이미 숨을 거둔 바람에 생면부지의 손자를 만나게 된 백관수(90)씨는 남측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중 가장 먼저 속초에 도착했다.

인천에 사는 백씨는 혈육을 보고싶은 마음에 이른 새벽에 일어나 택시를 대절해 속초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백씨는 올해 서른살이 된 손자가 좋아할 것 같아 초코파이와 함께 내복, 의약품, 화장품 등을 선물로 준비했다.

백씨는 “나만 남한에서 편하게 산 것 같아 손자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라며 “손자가 나를 원망하는 눈으로 볼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백씨의 딸 백운경씨는 “동해에 눈이 많이 왔다길래 늦을까봐 일찍 출발했는데 제일 먼저 도착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신대원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