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이산가족, 현 시스템으로 다 만나려면 1200년 걸려…제도개선 시급
뉴스종합| 2014-02-20 10:26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시간은 촉박한데 만날 기약도 없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20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가운데 이산가족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남북 각각 100명으로 계획했던 상봉자들이 불과 5개월 만에 남측 82명, 북측 88명으로 줄었다는 것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시급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사이 남측 상봉자 2명은 가족과의 재회를 앞두고 눈을 감았다. 상봉을 포기한 다른 이들도 모두 고령에 따른 건강악화 때문이었다.

지난달 기준으로 이산가족으로 등록한 사람은 12만9287명인데, 이 가운데 5만7784명이 숨을 거둬 생존자는 7만1503명만이 남았다. 이번처럼 3년4개월만에 100명씩 상봉한다면 남은 이들이 다 만나기까지는 단순계산으로 1200년은 족히 걸리게 되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이산가족이 자주 만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남북이 모두 인도적인 사안인 이산상봉과 정치ㆍ군사적 사안을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귀옥 한성대 교수는 “이산가족은 타의에 의해 가족과 이별하게 된 것인데 이같은 문제도 못 푼다는 것은 남북한 모두 너무나 후전적이고 야만적이라는 것을 전세계에 보여주는 것밖에 안된다”며 “인도적 사안과 정치·군사적 사안을 분리하지 않으면 이산가족 문제뿐 아니라 남북관계도 풀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산상봉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임순희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초기에는 이산상봉을 지켜보면서 같이 울기도 하고 관심도 가졌지만 회차가 거듭되고 북한이 이상상봉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면서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산상봉을 이산가족 당사자들의 문제로만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산가족 문제는 당사자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통일 이후 사회통합, 마음의 통합 문제이고 한반도 미래와 직결된 문제”라며 “정부가 국민이 적극 관심을 갖고 지지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일동포를 비롯한 해외 이산가족 문제도 풀어야할 숙제다.

임 위원은 “지난 2000년 조총련동포 고향방문단이란 이름으로 해외 이산가족 상봉이 있었는데 그 이후 지지부진한 상태”라며 “일본뿐 아니라 미국 등 다른 나라에도 흩어진 이산가족들이 있는데, 남북 상봉 때 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고령자들의 접근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개성 등지에 제2면회소를 설치하거나 이산가족 생사확인을 위해 북한 행정망 정보화사업을 지원해야한다는 정책제안도 있다.

김 교수는 “조사결과 이산가족들이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은 상봉이 아닌 일차적인 생사확인”이라며 “북한의 낙후한 행정망으로는 이조차 쉽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북한 행정망 현대화와 정보화사업 지원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