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한미연합군사훈련 24일 시작…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예정대로 진행
뉴스종합| 2014-02-24 16:01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남북은 23일에 이어 24일 2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이틀째 일정을 이어갔다. 북한이 그동안 반발해온 한ㆍ미 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됐지만 상봉행사에는 사전합의대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전날 60여년 만에 재회했던 북측 상봉 대상자 88명과 남측 가족 357명은 24일 오전 9시25분부터 2시간에 걸쳐 금강산호텔 숙소에서 개별상봉을 이어가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1차 상봉행사 동안 고령인 상봉 가족들을 힘들게 했던 눈도 이번에는 그쳐 맑고 쾌적한 날씨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첫 만남에서 느꼈던 약간의 어색함이나 낯설음도 눈 녹듯이 사라지고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 살아온 가족처럼 살가운 분위기였다.

북한에 살고 있는 형 신선균(86) 씨와 상봉한 신덕균(86) 씨는 “내가 83세인데 형님이 81세로 돼 있더라“며 “형님이 그동안 제 나이도 모르고 사신 모양”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도 “형님께 ‘내가 형이요, 아우요? 물으니 세살 아래 아우 맞다고 그러더라”며 다시 만난 기쁨을 표현했다.

북측의 김병문(83) 할아버지는 남측의 김병룡 할아버지가 보여준 아버지 영정 사진을 붙잡고 한참동안 눈물을 흘렸다. 병룡씨는 “북쪽에서 형님이 날 찾아서 이번에 봤는데 이제는 내가 신청해도 못 볼 것이 아니냐”며 “이제 기회가 없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좀 서운하다”며 짧은 만남을 아쉬워했다.

11시까지 개별상봉을 진행한 이산가족들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12시부터 금강산면회소에서 ‘공동중식’ 행사에 들어갔다. 이미 전날 만찬장에서 60여년 만에 하나의 식탁에 마주 앉았지만 이들에게 함께할 수 있는 밥 한 그릇의 소중함은 여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실향민은 “고향 집에서 먹던 어머님의 집밥이 너무나 그리웠다”며 울먹였다.

금강산면회소에는 전날 단체상봉과 환영만찬에 이어 옛 추억을 더듬기도 하고 지난 시간 살아온 이야기를 서로 전하는 이산가족들의 애틋한 마음이 피어났다.

오후 4시부터는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두 번째 단체상봉이 진행됐다. 이전에는 숙소 인근에서 야외상봉 형식으로 우리측 혹은 북측이 준비한 간식을 나눠 먹으며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겨울임을 고려해 실내상봉으로 진행됐다.

<사진설명> 이산가족 상봉행사 2차 둘째날인 24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공동중식에서 남측 오재원(왼쪽)씨가 북측 형 오재형(85.왼쪽 두번째)씨 등 가족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사진=금강산공동취재단]

한편 행사 진행을 지원하기 위해 나온 북측 당국자들은 지난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한 상호비방 중지에 대한 남측 취재진의 의견을 묻기도 하는 등 자신들의 중대제안을 포함한 대화제의에 대한 남측의 반응을 살피기도 했다.

당초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겹쳐 진행할 수 없다고 반대해온 한ㆍ미 연합군사훈련 ‘키리졸브’ 연습 및 ‘독수리’ 훈련이 24일부터 시작됐지만 행사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훈련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를 자제한 데다 이번 행사를 남북 경제협력 등 경제 복구를 위한 환경 조성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북한 역시 과도한 반발을 삼갔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최근 구제역이 발생한 북한이 동의할 경우 소독약과 백신을 지원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실무접촉을 북한에 제의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 지역 내 구제역 확산 차단, 퇴치를 지원하기 위해 신속히 대처할 필요성이 있어 오늘 오전 북측에 지원 의사와 함께 관련 논의를 위한 실무 접촉을 제의했다”며 “향후 북측 반응을 봐 가면서 필요한 조치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이 동의할 경우 소독약과 백신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