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北 김정은, 美 대선 이슈 한복판 잠식
뉴스종합| 2019-05-29 11:29
재선 노리는 트럼프-라이벌 조 바이든
김 위원장 둘러싼 감정싸움 격화 양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잠재적 라이벌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간 북한의 바이든 전 부통령 비난을 둘러싼 감정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국빈방문 마지막날인 28일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에 정박중인 강습상륙함 ‘와스프’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AP]

2020년의 미국 대선레이스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엉뚱하게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 대선 이슈 한복판을 잠식하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유력한 대항마로 꼽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가뜩이나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을 둘러싼 감정싸움까지 격화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일본 국빈방문 기간 정적을 공격한 북한을 두둔했다는 비판에 대해 트위터를 통해 “나는 사실 외국에 있는 동안 졸린 바이든을 방어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종종 바이든 전 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연설 때 졸았던 일을 겨냥해 ‘졸음쟁이 조’(Sleepy Joe)라고 조롱하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김정은은 바이든을 ‘IQ가 낮은 멍청이’, 그리고 그 외 많은 것들로 불렀지만 나는 훨씬 부드럽게 ‘IQ가 낮은 사람’이라고 했다”면서 “그렇게 말한 것을 갖고 설마 누가 언짢아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표면적으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을 방어했다는 논리를 펼쳤지만 우회적으로 또다시 조롱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이 트럼프 대통령의 귀국에 맞춰 공격에 나선데 대한 대응이었다. 이와 관련해 케이트 베딩필드 바이든 캠프 부본부장은 성명에서 “외국에서 그것도 메모리얼 데이(현충일)에 동료 미 국민이자 전 부통령에 맞서 잔인한 독재자 편을 반복적으로 드는 것 자체가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해준다”며 “대통령직 품위 이하의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주고받은 것을 포함해 우리 제도를 희생하는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독재자들을 끌어안아온 패턴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6일 북한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향해 ‘지능지수가 모자라는 멍청이’라고 비난한 것을 거론하며 “김정은이 바이든을 IQ가 낮은 사람이라고 했을 때 나는 미소를 지었다”고 반긴 트윗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에는 미일정상회담 뒤 아베 신조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 자리에서 “김정은은 바이든이 IQ가 낮은 사람이라는 성명을 냈다. 그 점에 대해 동의한다”면서 “바이든은 재앙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순방 중 국내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깬데다 자신의 라이벌을 공격하기 위해 미국인을 비난한 북한 편을 들었다는 이유에서 적잖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적보다 살인적인 독재자와 보조를 맞춤으로써 재선에 도움만 된다면 미국 민주주의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든 외국 지도자들을 끌어들이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1일 바이든 전 부통령이 유세과정에서 김 위원장을 ‘폭군’으로 규정하자 최고존엄을 모독한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라면서 ‘인간으로서 초보적인 품격도 갖추지 못한 속물’이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