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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병사 모두 “軍범죄 수사·재판 민간에 맡겨야”
뉴스종합| 2021-08-30 11:42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일반 시민은 물론 장병들도 대다수가 “군 범죄의 수사·재판을 민간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국방부 여론조사 결과가 뒤늦게 공개됐다.

군인권센터(이하 센터)는 “국방부와 민관군 합동위원회가 7월 군사법원·수사기관 개혁 방향에 대한 여론조사를 2차례나 실시하고도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30일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달 일반 국민 1000명 대상 설문조사와 병사 1366명·간부 1440명·장군 186명 등 장병 299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결과 일반 시민과 장병 모두 자신이 군인·군무원으로부터 범죄 피해를 입은 경우 민간에서 수사·재판을 맡기를 바란다는 응답 비율이 군 수사기관·법원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국방부가 7월 일반 시민, 장병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본인이 군인, 군무원에게 범죄 피해를 입었을 때 민간 수사기관과 민간법원에서 맡기를 바란다’는 응답이 ‘군 수사기관과 군사법원에서 맡기를 바란다’는 응답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인권센터 제공]

군사법원에 대해서는 일반 시민의 80%가량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비군사범죄에 대한 관할권을 민간법원에 이양(41.3%)’하거나,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해야 한다(35.4%)’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병사·일반 간부의 약 70%도 비군사범죄 관할권을 민간법원에 이양하거나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군 수사기관 수사권에 대해서는 일반 시민의 80%, 병사의 60%, 간부의 70%가 부정적 답변을 했다. 특히 ‘비군사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민간 수사기관에 이양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일반 간부에서 53.0%로, 시민(43.5%)과 병사(39.8%)에 비해 높았다.

뿐만 아니라 장군들도 군사법원의 경우 40%, 군수사기관의 경우 35%가 ‘비군사범죄를 민간에 이양하거나 평시 폐지하는 것이 개혁의 방향성’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여론조사 결과, 평시 군사법원에 대해 일반 시민의 80%, 병사·간부의 70% 가량은 비군사범죄를 민간으로 이양하거나 평시 폐지에 찬성하는 등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인권센터 제공]

성범죄만 민간 법원·수사기관으로 이양해야 한다는 의견은 10명 중 1명꼴에 그쳤다. 민간 법원 이양의 경우, 시민 찬성률은 14.2%였고 병사(11.3%), 간부(7.3%), 장군(12.9%) 등은 이보다 낮았다.

센터는 “시민, 병사, 일반간부 모두 군사법원과 군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며 폐지 또는 비군사범죄 민간 이양의 입장을 보이고 있고, 장군들도 40% 가까이 이러한 입장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 군 내 인권침해 상황 등을 목도해 온 국민과 장병 모두 군사법원과 군 수사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끝으로 센터는 “국방부는 국회에 국민 여론이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감춘 것”이라며 “결국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여론과 괴리된 ‘성범죄 및 사망사건, 입대 전 범죄 사건에 대한 제한적 재판, 수사 민간 이양’이란 후퇴한 안을 통과시켜 오늘 본회의에 부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후퇴한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국방부와 민관군 합동위에 있다”며 “군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민의를 왜곡하며 민관군 합동위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김종대 민관군 합동위 군사법제도 분과위원장은 이와 관련 “여론조사 결과는 분과위에 즉시 보고됐으며 위원회 운영위에도 보고됐다. 합동위에서 권고안을 논의할 때 이 설문조사가 중요한 참고자료로 인용됐다”며 “공개 여부에 어떤 의도가 내재돼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