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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연락채널 복원 직전 ‘영변 플루토늄 원자로’ 재가동
뉴스종합| 2021-08-30 11:48

북한이 핵 프로그램 메카인 영변의 핵시설 재가동에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북한이 핵협상 장기 교착 국면에서 ‘위험한 승부수’를 만지작거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지난 7월 초 이후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IAEA는 9월 연례이사회 보고서에서 “7월 초부터 북한 영변 핵시설의 5MW 원자로에서 냉각수 방출 등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 여러 징후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IAEA는 북한의 원자로 재가동과 플루토늄 생산 재개 가능성에 “심각한 문제”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 등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변 핵시설은 북한 핵 프로그램의 심장부와 같은 곳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부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면서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하겠다고 제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플러스 알파(+α)를 요구하면서 무산됐다.

특히 영변 원자로는 고농축우라늄(HEU)과 함께 북한의 핵탄두 제조 핵물질인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핵심시설이다. 원자료에서 꺼낸 폐연료봉은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재처리 과정을 거쳐 플루토늄으로 추출된다. 북한은 1986년부터 영변 원자로를 가동해 약 42~55㎏의 플루토늄을 생산했으며, 핵실험 사용과 공정손실률 등을 감안할 때 18~30㎏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변 원자로는 지난 2018년 12월 가동 중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변 원자로 재가동 시점도 미묘하다. IAEA는 북한이 원자로 재가동에 앞서 2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5개월간 방사화학실험실을 가동한 것으로 파악했는데 북한은 과거 폐연료봉 재처리에 5개월이 걸린다고 공개한 바 있다.

또 7월 초는 북한이 강하게 반발한 후반기 한미연합훈련과 남북 통신연락선 전격 복원 전이기도 하다. 북한이 이미 핵카드를 활용하기로 마음먹은 상태에서 한미연합훈련을 문제 삼고 남북 연락채널 복원에 나섰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한미는 지난 주 서울에 이어 이번 주 워싱턴DC로 무대를 옮겨 북핵 협의를 이어간다. 방미중인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9일(현지시간) “기회가 되는 대로 북측과 협의를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여러 분야에서 북한과 인도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패키지를 만들고자 미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내달 1일까지 미국에서 성 김 대북특별대표를 비롯해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당국자 등과 만나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신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