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안할 순 없고…” 이산상봉 막판 줄다리기
뉴스종합| 2014-02-14 11:44
체제안정 · 북미관계 개선 다중포석
북핵문제등 포괄적 사안 논의할듯


남북은 14일 오전 10시 판문점 우리 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2차 고위급 접촉을 재개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자 7년 만의 남북 고위급 접촉이었던 12일에 이어 이틀 만에 속개된 것이다.

2차 접촉 역시 북한이 먼저 제안하고 우리 정부가 수용함으로써 성사됐다. 특히 북한은 이 과정에서 베테랑 대남 일꾼인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이 평양으로 복귀하지도 않은 채 개성에 머물며 2차 접촉을 제안하는 등 남북대화에 매달리는 듯한 인상까지 풍겨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일단 1차 고위급 접촉에서 입장 차이만을 확인한 남북은 2차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 군사훈련 문제를 비롯해 남북관계 개선방법과 북핵문제 등을 둘러싸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핵심 쟁점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이산가족 상봉이다. 북한은 24일부터 시작되는 키리졸브와 독수리 연습 등 한ㆍ미 합동군사훈련 기간에 이산가족 상봉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25일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의 파행을 예고한 셈이다.

정부는 북한의 주장이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군사적 사안과 연계시켜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군사훈련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이 방해를 받거나, 이산가족 상봉 때문에 훈련에 지장이 빚어지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우리 측 입장”이라고 분명히 했다.

우리 측은 1차 접촉 때도 한ㆍ미 군사훈련에 대한 이 같은 입장을 북한 측에 전달했다. 따라서 1차 접촉 이후 개성에 머물면서 상부의 지령을 받았을 북한 대표단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북한이 잇따라 대남대화를 제안하고 있는 것은 대내외적인 필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 개막에 대비해 남북관계에서 대결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고 하고 있다”며 “나름 진정성을 가지고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대화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지난달 보낸 공개서한에서 노동당 제1비서, 국방위 제1위원장, 군 최고사령관 등 김정은의 3대 직함을 모두 언급하면서 특명이라고 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최고지도자의 특명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이 수령으로서 유일영도체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경제에서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령의 위업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만큼 좋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장성택 처형 이후 불편해진 중국을 비롯해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서라도 남북관계 개선이 필수불가결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 입장에서는 국제적 고립 타개가 가장 중요하다”며 “장성택 처형 이후 북ㆍ중 관계가 이전만 못한 상황에서 한국과 잘 풀려야 중국, 미국과도 관계개선의 길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의 대남 대화공세는 내부적으로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구축과 외부적으로 북ㆍ중, 북ㆍ미 관계 개선이라는 장기 포석에 기인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