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한 · 미 연합훈련 돌입에도…2차 상봉은 평온
뉴스종합| 2014-02-24 12:17
이틀째 일정 정상적 진행
北 사전합의속 반발자제


[금강산공동취재단=헤럴드경제 신대원ㆍ원호연 기자] 남북은 23일에 이어 24일 2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이틀째 일정을 이어갔다. 북한이 그동안 반발해온 한ㆍ미 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됐지만 상봉행사에는 사전합의대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전날 60여년 만에 재회했던 북측 상봉 대상자 88명과 남측 가족 357명은 24일 오전 9시25분부터 2시간에 걸쳐 금강산호텔 숙소에서 개별상봉을 이어가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1차 상봉행사 동안 고령인 상봉 가족들을 힘들게 했던 눈도 이번에는 그쳐 맑고 쾌적한 날씨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첫 만남에서 느꼈던 약간의 어색함이나 낯섦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 살아온 가족처럼 살가운 분위기였다.

11시까지 개별상봉을 진행한 이산가족들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12시부터 금강산면회소에서 ‘공동중식’ 행사에 들어갔다. 이미 전날 만찬장에서 60여년 만에 하나의 식탁에 마주 앉았지만 이들에게 함께할 수 있는 밥 한 그릇의 소중함은 여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실향민은 “고향 집에서 먹던 어머님의 집밥이 너무나 그리웠다”며 울먹였다.

2010년 11월 열린 이산가족 상봉행사 이후 남북관계 경색으로 열쇠가 굳게 채워져 있던 금강산면회소에는 전날 단체상봉과 환영만찬에 이어 옛 추억을 더듬기도 하고 지난 시간 살아온 이야기를 서로 전하는 이산가족들의 애틋한 마음이 피어났다.

남쪽의 누나 이남희(85) 할머니를 만난 북쪽 리승근(81) 할아버지는 “이렇게 매일 만났으면 좋겠다”며 기쁘면서도 아쉬운 마음을 내보였다. 이 할머니도 “남이든 북이든 어디서든 이렇게 매일 만나면 얼마나 좋겠는가”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경기 수원이 고향인 북쪽의 박재선(80) 할아버지는 남쪽의 동생 재희 씨에게 “아까 흘린 내 눈물이 부모님 묘소에 떨어져 금잔디가 나게 해 달라고 빌었다”며 “부모님 앞에 가서 아들이 영광 넘친 삶을 살며 장수하고 있다고 전해 달라”고 말했다. 박 할아버지는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이번 상봉을 앞두고 “이번에 또 못 보고 죽는 건가 했다”며 가족을 만나고 싶어 애태웠던 심정을 털어놨다.

당초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겹쳐 진행할 수 없다고 반대해온 한ㆍ미 연합군사훈련 ‘키리졸브’ 연습 및 ‘독수리’ 훈련이 24일부터 시작됐지만 행사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훈련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를 자제한 데다 이번 행사를 남북 경제협력 등 경제 복구를 위한 환경 조성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북한 역시 과도한 반발을 삼갔기 때문이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