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美, 트럼프 ‘김정은 옹호’ 발언에 “잘못된 신호” 부글부글
뉴스종합| 2019-05-28 10:39
-“트럼프, 동맹과 참모들로부터 자신 고립시켜”
-“메모리얼 데이에 독재자 칭찬하고 정적 저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 의미를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미 조야에서는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을 국빈방문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도쿄 왕궁에서 열린 궁중만찬에 참석해 나루히토 일왕과 건배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두 차례 무력시위에 ‘로키’로 대응하면서 옹호하는 듯한 인상까지 풍긴 가운데 미국 내에서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염두에 두고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게 요지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문제와 관련해 동맹들과 심지어 참모들로부터도 자신을 고립시키고 있다”며 “2020년 재선을 위한 시동을 걸면서 자신의 비핵화 노력이 성공하리라는 것을 간절히 고집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북한 발사체에 대해 탄도미사일로 규정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규정하자 트위터를 통해 ‘작은 무기들’이라고 표현하며 이를 뒤집었다. 또 미일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자리에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한의 행동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한 것과 달리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미 의회에서는 여야와 상원ㆍ하원을 불문하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톰 말리노스키 민주당 하원의원은 27일(현지시간) CNN방송에 출연해 “미국 대통령에게 아첨하고 그의 정적을 욕보이면 미사일을 발사하고 동맹을 위협하며 미국 시민을 살해해도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아첨하는 독재자들에게 스스로 쉬운 표적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적을 욕보인다는 언급은 북한이 차기 대선 민주당 선두주자로 나선 조 바이든 전 미 부통령을 겨냥해 ‘지능지수가 모자라는 멍청이’라는 등 원색적 표현을 동원해 비난한 것을 가리킨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방일 기간 “김정은은 바이든이 아이큐가 낮은 사람이라는 성명을 냈다. 그 점에 동의한다”며 외국 순방중 이례적으로 국내정치 이슈를 거론하기도 했다.

앞서 조니 언스트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발사체 발사 의미를 축소한데 대해 “북한을 계속 주시해야 한다”며 “그들이 어떤 종류의 무기체계도 더 발전시키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군 출신인 애덤 킨징어 공화당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 현충일(메모리얼 데이)로 이어지는 연휴기간 나왔다는 점을 겨냥해 “메모리얼 데이 주말에 당신은 독재자를 칭찬하면서 바이든을 저격하고 있다”면서 “명백한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를 놓고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핵실험ㆍ탄도미사일 시험 중단을 자신의 외교적 성과로 계속 유지하고 부각시키기 위한 셈법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