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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배후는…” “너나 잘해” 美中 군사패권 신경전 가열
뉴스종합| 2011-07-15 08:21
미국 국방부가 14일 사상 최대 규모의 해킹 피해 사실을 발표하며 배경에 특정 국가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연루된 국가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 언론들이 일제히 중국을 지목하는 가운데 이날 천빙더(陳炳德)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 앞에서 미국을 비난하는 발언을 쏟아내 양국 간 군사패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미 국방부는 이날 미군 관련 시스템을 개발중이던 미 군수업체 컴퓨터에 보관중이던 민감한 국방관련 파일 2만4000건이 지난 3월 외국정보기관의 해킹공격을 받아 도난당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 국방부를 상대로 일어난 단일 해킹으로는 사상 최악의 공격이다. 이날 미군의 사이버안보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윌리엄 린 국방부 부장관은 “이 공격은 외국의 정보기관에 의해 이뤄졌다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다”면서 “즉, 국가가 그 (해킹 공격) 뒤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이번 해킹 사건에 어느 국가가 연루됐는지, 또 피해업체는 어디인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 언론은 과거에 비슷한 공격시 중국이 가장 많은 비난을 받아왔다면서 중국에 의혹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이와 관련, 린 부장관은 미 국방대학(NDU) 강연에서 국방산업 데이터 네트워크를 통해 지난 몇 년간 “매우 중요한” 파일들을 도난당했으며 “이중에는 미사일추적시스템과 위성항법기기, 무인정찰기 개발계획 등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처음으로 발표한 사이버방어 전략을 통해 사이버공간도 육지,해상, 공중, 우주와 같은 작전의 장(operational domain)으로 간주, 발생가능한 상황에 완전히 대처할 수 있도록 장비와 조직을 갖추고 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국방관련 네트워크 보호를 위한 새로운 방어작전 개념 도입, 미 정부기관 및 민간 분야와의 파트너체제 구축, 집단적 사이버안보 강화를 위한 국제공조 강화, 사이버관련 인력 및 기술 개발 등 총 5개의 전략적 방안을 발표했다.

린 부장관은 “21세기에는 비트(bits)와 바이트(bytes)가 총알이나 폭탄과 같이 위협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 국방부는 사이버 공격을 받을 경우 단순한 방어에 그치지 않고 공격적인 작전도 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린 부장관은 “미국은 전쟁법에 따라 심각한 사이버공격에 대해 우리가 선택하는 시기와 장소에서 공격에 비례한 정당한 군사적 대응을 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미군이 적에게 사이버 공격을 가하고 외국에 대한 사이버 첩보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과 범위를 규정한 대통령 행정명령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했다고 지난달 보도한 바 있다. 최근 알려진 미 정부의 사이버공격에 대한 새 전략은 정부나 민간 부문에 대한 외부의 사이버 공격이 이뤄질 때까지 기다리는 기존 전략과 달리 인터넷상에서 선제적으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는 자들을 색출해 낼 것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천 총참모장은 김 국방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모두 발언에서 “미국은 다른 나라에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다른 나라의 의견은 듣지 않는다”며 “미국은 항상 패권주의에 해당하는 행동이나 표현을 하는 패권주의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사람들과 토의할 때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미국과 동맹인 한국도 그런 느낌을 받을 것”이라는 등 10여 분간 비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특히 난사군도(南沙群島)에 미국이 개입하는 데 불만을 표시하며 “미국이 베트남·필리핀과 군사훈련을 크게 하는 데 이는 미국이 난사군도에 개입하는 상징으로 적절하지 않으며 더 많은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천 참모장은 “내가 멀린(미 합참의장)을 지난 5월 중국에 초청해 7월에 오게 했는데 이는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할 경우 그의 방중이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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