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ILO가입 20년, 핵심협약 절반이나 비준 못한 까닭은?
뉴스종합| 2011-12-08 08:29
20년 전인 1991년 12월 9일. 당시 제네바 대사로 있던 박수길 유엔협회세계연맹 회장이 국제노동기구(ILO) 헌장 수락서한을 미셀 한센 ILO사무국장에게 제출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151번째 ILO가입국이 됐으며, 유엔산하 16개 전문기구에 모두 가입하게 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172개 협약 가운데 1호(근로시간)와 19호(내국인 근로자의평등대우) 등 국내법 개정없이 시정이 가능한 30여개 협약부터 우선적으로 비준키로 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는 비준한 협약이 전체 189개 중에 30개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비준한 협약은 핵심협약 4개를 포함해 우선협약 3개, 그외 일반협약 21개 등 총 28개 협약에 그치고 있다.

특히 ILO에서 규정하고 있는 8개 핵심협약의 경우 우리나라의 비준율은 50%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8개 핵심협약 가운데 100호, 111호 등 차별금지 관련 협약과 138호, 182호 등 아동노동에 관한 협약은 비준했지만, ‘결사의 자유’에 관한 87호와 98호, ‘강제근로’에 관한 29호와 105호는 비준하지 않고 있다.

노동 3권이 보장되는 우리나라에서 결사의 자유와 강제근로에 관한 핵심협약이 비준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용노동부는 해당 협약에 대한 ILO의 해석이 너무나 방대하기 때문에 요건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87호 근로자의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의 경우 근로자를 공무원까지 포함시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공무원노동조합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에서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공무원의 범위를 6급이하 공무원으로 한정하고 있어 협약 비준이 어려운 상태이다. 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 원칙적용에 관한 협약도 87호와 같은 이유로 비준을 하지 못하고 있다.

29호 강제근로에 관한 협약은 공익근무요원 제도가 문제이다. ILO에서는 국방의무에 종사하는 군인의 경우 강제근로로 해석하지 않지만, 우리나라 공익근무요원처럼 강제 징집 후 국방의무가 아닌 업무를 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강제근로로 해석하고 있다.

105호 강제근로의 폐지에 관한 협약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강제근로를 금지시키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집시법 위반 등으로 인한 사상범의 경우 징역형을 내리고 있어 이 협약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파업에 대한 제제로 업무방해죄가 성립, 징역형을 부과하는 것도 이 협약과 어긋난다.

고용부 관계자는 “4개의 핵심협약을 비준하기 위해서는 병역법 형법 등 관련 법안을 개정해야 하지만, ILO 협약 비준을 이유로 법개정을 하는 것과 관련해 관련 부처가 미온적인 상황”이라며, “사회적인 필요성이 높아질 때 비로소 협약 비준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우리나라는 ILO가입하면서 핵심협약에 대한 비준을 약속했고 지난 1996년 OECD 가입 당시에도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했지만, 이를 지금까지도 지키지 않고 있다”며, ILO 핵심협약 즉각 비준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8일 개최한다.

<박도제 기자 @bullmoth>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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