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투자의 정석을 만들자-(上)한국 증시 뒤흔든 테마주
뉴스종합| 2012-01-19 10:34
지난해 6월 말 안철수 연구소의 주가는 1만9050원. 시가총액은 1900억원 안팎으로 코스닥 시총 순위 100위 정도의 중소형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안철수 원장이 서울시장을 넘어 대선 후보로 떠오르면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야말로 무섭게 오르기 시작하더니 지난 2일에는 15만99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하며 시가총액 1조6012억원의 코스닥 대장주로 올라섰다.

하지만 반 년 만에 739.37%나 폭등했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씁쓸하다. 매물대 분석에 따르면 주가가 급등하면서 6만원선에서 팔아치우기 시작했던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12만원을 넘어서자 다시 추격매수에 나서면서 대부분 손실을 기록중이다. 꾸준히 탐방을 해오던 한 애널리스트는 “대선 테마 관련 내용이 반영되어 과도한 급등 상태로 판단된다. 현재주가 수준을 고려할 때 목표주가나 투자등급 제시는 무의미하다고 판단된다”고 분석을 포기했다. 안철수 연구소 역시 투기꾼들의 놀이터가 되면서 실적으로 회사가치를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국내 증시에서 테마주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 유가가 오를 것 같으면 자원개발 테마, 선거철엔 정치 테마, 광우병이나 신종플루 파동시에는 수산주 테마가 들썩였다. 물론 이상 급등에 따른 금융당국의 경고 역시 항상 있어왔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테마주 움직임이 너무 강하다. ‘긴급조치권’이 언급되는 등 감독당국의 경고나 대응 수위도 유례없이 높아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테마주는 항상 있었지만 이번엔 과열되는 수위가 지나치다. 그대로 두었다간 증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판단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미 정치테마주로 묶인 78개 종목의 하루 거래대금은 코스닥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248개 테마, 3460종목=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대부분 투자정보 사이트인 인포스탁으로부터 테마리스트를 사서 제공한다. 19일 현재 인포스탁이 분류한 테마리스트는 248개다. 당초 250개였던 것이 정치테마주가 문제가 되면서 ‘대통령선거(인맥)’과 ‘대통령선거(정책)’ 등 두 개의 테마가 삭제됐다.

테마는 각양각색이다. ‘타이어’나 ‘카지노’ 같은 상장사가 주로 영위하는 사업 관련한 것을 기본으로 ‘인천부동산 보유’, ‘이라크 바지안 광구 컨소시엄’, ‘제2롯데월드’, ‘제4이통사 설립 기대주’ 등 투자자들이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기대감이 테마로 묶여있다. 관련해 뉴스나 한 마디 풍문이 전해지는 날엔 그 테마에 묶인 종목들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매기가 쏠리는게 국내 증시의 현실이다.

이들 테마주 그룹에 속한 종목은 총 3460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종목을 합해도 2000종목이 되지 않음을 감안하면 한 종목이 여러 테마에 중복되어 있단 얘기다.

▶먼저 발견하면 임자?=국동은 지난해 8월 갑자기 대선테마주로 떠오르며 이틀간 상한가를 기록했다. 대표이사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같은과 동문이란 소문이 돌면서다. 새 테마주의 탄생에 매수세가 몰렸지만 결국 같은 대학교는 맞지만 과는 다른 것으로 밝혀졌고, 이내 급락을 면치 못했다.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들만 된서리를 맞은 것.

테마주를 이끄는 것은 투기적 가수요다. 이를 위해 지연이나 학연은 물론 사돈의 팔촌, 같이 찍은 사진 등까지 연결 고리를 찾기 위해 물불을 안가리게 된다.

실오라기 같은 연결고리 앞에서 실적 역시 고려사항이 안된다. 정치테마주로 분류된 78개 종목 중 실적 비교치가 있는 75개 종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1~3분기에 영업적자이거나 실적이 악화한 종목이 61.3%인 46개에 달했다. 그럼에도 정치테마주로 형성되기 전인 작년 6월 말 이후 현재까지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15개(20.0%)에 불과했다.

20년만에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정치의 해’를 맞아 시장의 우려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각종 조치와 엄포를 내렸지만 정치테마 안에서도 순환매가 일어나며 매기만 옮겨갈 뿐 좀처럼 열기가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안상미 기자 @hugahn>hug@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