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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론 막힌 보이스피싱 신종 수법 ‘천태만상’
뉴스종합| 2012-01-20 07:46
경기도 부천 소재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설 운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알아보던 중 신용보증기금 직원을 사칭한 전화 한통을 받았다. A씨는 “보증료만 내면 바로 보증지원을 해주겠다"는 말에 반신반의했지만 신보 홈페이지에서 해당 직원의 이름을 확인하고 바로 이 직원의 계좌로 300만원을 송금했다. A씨는 수일이 지나도 보증자금이 들어오지 않자 뒤늦게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임을 깨닫고 관계기관에 신고했다.

본인확인절차 강화 등으로 카드론을 통한 보이스피싱이 원천봉쇄되자 사기범들의 수법이 더욱 대담해졌다. 중소기업을 상대로 피싱을 하는가하면 아예 ‘대출사기’로 수법을 바꾸고, 피싱 초기에 유행했던 ‘가족 납치’도 다시 늘고 있다.

20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신보는 이달 초 홈페이지와 각 지역 고객센터에 ‘신보 직원 사칭 금융사기 주의보’를 내리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연말ㆍ연시를 맞아 운전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게 보증지원을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이날까지 모두 8건이 접수됐다. 신보 관계자는 “보증료는 보증신청, 보증심사, 보증서 발급 등 관련 절차를 모두 마친 후 요구한다”면서 “정상적인 보증지원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사전에 보증료를 요구하면 100% 보이스피싱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자산을 보호해주겠다고 현혹해 피해자 스스로 대출을 받거나 보험을 해약해 사기범의 계좌로 이체토록 유도하는 보이스피싱도 생겼다. 부산에 사는 40대 여성 B씨는 지난 6일 오전 “금융거래정보가 모두 해킹돼 금융자산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사기범의 전화를 받고, H화재와 M화재 보험 해약환급금 1988만원과, 보유 예금 464만원 등 총 2452만원을 가짜 금융감독원 계좌로 이체해 전액 갈취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검찰, 경찰 등 국가기관은 어떤 경우에도 개인의 금융자산 보호 등을 이유로 자금 이체를 요구하는 경우가 없다”면서 “피해를 당한 즉시 사기범 통장의 지급정지를 요청하면 소송절차 없이 피해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예 대출사기로 전향하는 경우도 있다. 발신자 번호를 SC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대표 전화번호로 조작해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대출을 빌미로 보증서발급비용, 대출승인수수료 등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한 시중은행에서는 1월에 신고된 건수만 20여건에 달했다. SC은행 관계자는 "전화상으로는 대출 상담 자체를 하지 않는다"면서 "상대방이 요구대로 절대 따라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과거 기승을 부렸던 ‘가족 납치’ 유형도 급증하고 있다. 대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40대 가장 C씨는 지난 3일 오전 “부인이 납치했으니 몸값으로 2000만원을 송금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상으로는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당황한 C씨는 “요구대로 하겠다”면서 차를 몰고 은행에 가려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집으로 가보니 부인은 태연히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병원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도 여전하다. “환불 받을 진료비가 있다”고 속인 뒤 피해자들의 카드번호,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을 알아내 돈을 갈취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4일부터 트위터를 통해 ‘직원 사칭 개인정보유출 피해 방지’를 안내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론이 피싱이 막히자 사기범들이 온갖 수법을 다 동원해 서민들을 괴롭히고 있다"면서 "피해자가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도록 교묘한 언술로 현혹하고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진성 기자/@gowithchoi>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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