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친모 살해 모범생 "죄를 씻어내지는 못하겠지만..."
뉴스종합| 2012-03-21 08:30
성적 문제로 가혹행위를 해 온 어머니를 살해하고, 주검을 8개월 동안 방치해 논란을 빚은 지모(19)군에 대해 징역형이 내려졌다.

20일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 11부(부장판사 윤종구)는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지모(19)군에게 장기 3년6월, 단기 3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석한 배심원 9명은 모두 유죄 평결을 냈으나 양형의견은 징역 2~5년으로 갈렸다.

재판부는 지군이 어머니에게 체벌을 받을까 극도로 두려워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점과 아직 미성년자라는 점을 고려해 형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판사가 선고문을 낭독하는 동안 지군은 기도를 하는 듯 두 손을 깍지 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지군의 아버지 역시 성경책을 품에 안고 눈을 감았다.

선고가 내려지자 재판정의 분위기는 엇갈렸다. 지군의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무표정한 얼굴의 아들에게 악수를 건넸다. 그리고 배심원들에게 감사하다며 인사를 했다. 그는 “아들에게 필요한 형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몇몇 방청객은 지군의 아버지에게 다가가 축하와 위로의 말을 전했다.

예상보다 낮은 형량에 실망한 방청객도 있었다. 경기도 구리에서 어머니와 함께 재판을 방청하러 온 이모(49ㆍ여)씨는 “아무리 사정이 있어도 어머니를 죽인 사람인데 형량이 너무 낮은 것 같다”며 “앞으로 문제가 있는 청소년들이 함부로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판결이 내려지기 전 지군은 최후 진술에서 눈물을 흘리며 참회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는 말로 그는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의 제가 저 자신만을 위해 살았다면, 앞으로의 저는 남을 위해 살아가며 과오를 씻고 싶습니다. 죄를 씻어내지는 못하겠지만, 마음만은 새로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검사는 “잔혹한 범행 수법, 범행 이후 보여준 도덕 불감증 등 이 사건은 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한 패륜 사건이다. 하지만 한편 피고인이 겪었을 도덕적·윤리적 고통에 대한 안타까움에 고심했다”고 밝히며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앞서 증인으로 나선 지군의 아버지는 “아이 엄마에게 원망과 미안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아이 외가 쪽에도 원망을 느낍니다. 어쩜 그렇게 아이 엄마에게 사랑을 안 줬는지…”라며 사랑을 받지 못해 지군에게 집착하게 된 아내의 사정을 안타까워했다. “무엇보다 아들에게 제일 미안합니다. 아이가 절망해 있을 때 옆에 있어주지 못한 것…”이라며 복받치는 감정을 주체 못하며 오열했다. 아버지의 모습에 지군 역시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흘렸다.

지 군은 지난 2006년 전 남편과 별거한 후 자신에게 지나친 관심을 보이던 어머니로 인해 학업 스트레스를 받다 지난해 3월 13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아파트에서 어머니 박모씨의 목 부위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8개월간 사체를 안방에 방치해 온 혐의(존속살해 등)로 구속기소됐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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