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명문대 입학 20억 날린 학부모들
뉴스종합| 2012-03-21 11:24

공부 못하는 아들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던 학부모 A(51ㆍ여)씨. 좋다는 과외와 학원 교육도 모두 시켜 봤지만 아들의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혹시나 했던 수능시험 점수도 기대 이하였다. 서울 상위권 대학은 꿈도 꿀 수 없는 점수였다. 한국은 아직 학벌사회라고 믿고 있던 A씨는 절박했다. 결국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했다. 1억원을 주면 아들을 성균관대 수시전형에 입학시켜 주겠다는 사기꾼의 꾐에 넘어가 돈을 주고 아들을 대학에 입학시키려고 한 것. 거액을 갖다 바쳤지만 아들은 성균관대에 입학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원래부터 불가능했던 ‘사기’였기 때문이다.

불법이라도 우선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그만’이라는 한국 부모들의 비뚤어진 교육열을 노린 범죄가 발생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1일 대학입시 컨설팅 사무실을 운영하며 찾아온 학부모 들을 상대로 성균관대, 한양대, 이화여대 등 유명대학 특별전형 및 기부전형에 입학시켜 주겠다며 등록금과 합격자 예치금 등의 명목으로 학부모 10명으로부터 20억원을 편취한 B(45)씨를 상습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2005년 6월부터 현재까지 강남구 역삼동과 송파구 송파동 등에 수시ㆍ정시 입시학원을 차려놓고 상담을 위해 방문한 학부모들에게 자녀를 유명대학에 보내 주겠다고 속여 학부모들로부터 수십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지난 2011년 12월 상담차 학원을 방문한 학부모 A씨에게 “서울에서 입시컨설팅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어 원하는 대학에 진학을 시켜 줄 수 있고 성균관대에 아는 사외이사가 있는데 그 사람들을 통하면 등록하지 않는 학생 대신 아들을 넣어줄수 있다”며 “원하는 대학의 몇 개 과에 대한 등록금 1억원을 자신에게 선입금하라”고 했다. A씨는 의심했지만 B씨가 보여주는 대학총장 명의의 가짜 문서들을 보면서 안심했다.

B씨로부터 받은 우편물 서류와 전화번호 역시 대학 측의 것이었다. 학부모들로부터 수백억원이 입금된 가짜 통장사본도 보여주며 A씨를 안심시켰다. 수강신청을 하라는 문자메시지까지 받은 A씨는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조작된 것이었다. B씨는 대학우체국을 통해 대학 명의가 인쇄된 대봉투를 입수했고 발신자번호를 조작해 A씨의 휴대폰 착신번호로 대학측 대표번호가 뜨게 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중학교 졸업식장을 찾아 졸업 앨범에 기록된 개인정보를 복사ㆍ관리하면서 범행에 대해 치밀하게 준비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졸업 앨범을 통해 6만5000여명 학생의 개인정보를 수집했고 입시 준비 중인 학부모들을 끌어들이는 데 이용했다. 피해자들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매년 사무실도 옮겼다. 옮길 때마다 직원도 새로 뽑았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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