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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내내 황당 성희롱...아직도 이런 회사가?
뉴스종합| 2012-03-26 09:31
취업준비생인 A씨는 최근 대구의 한 금속절삭 가공전문업체 면접을 보러갔다가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면접에 들어간 A씨는 영어 이름이 ‘헌터’라며 영어로 자기소개를 했다. 

이어진 실무진들의 질문시간. 잔뜩 긴장하고 있던 A씨에게 돌아온 면접관들의 질문은 가관이었다. A씨를 쳐다보던 한 면접관이 “영어 이름이 ‘헌터’라…. 여자친구는 많이 만나봤나? 다들 자봤나?”란 질문을 한 것. 역량과 직무에 관한 질문은 없었다. A씨는 “당시엔 당황스러워서 웃어넘겼는데 너무 불쾌했다”면서 “좋은 회사라고 생각했는데 실무진의 수준이 너무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공채가 본격화된 가운데 도를 넘은 면접관들의 행태로 취업준비생들의 가슴이 또 한번 멍들고 있다. 건국 이래 최악의 취업난으로 입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압박 질문, 상황대처능력평가 등의 명분을 내세워 업체들이 인격모독성 질문은 물론 성차별ㆍ성희롱 발언도 서슴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포털 ‘다음’의 대표 취업커뮤니티인 ‘닥치고 취업’에서도 각종 황당 면접경험에 대한 구직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대화명 ‘*안*’은 “경기도에 있는 한 중소기업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여잔데 왜 이리 학점이 낮은지 변명을 해봐라’ ‘울거 같다’며 계속 딴지를 걸었다”면서 “이런 식으로 한시간동안 1:1 면접을 봤다. 결국 떨어졌는데 떨어뜨릴거면 곱게 떨어뜨리지 최악의 회사였다”고 분노했다.

대화명 ‘d*e*m***’는 “면접에서 관상이 안좋다고 계속 딴지를 걸었다”면서 “정작 봐야할 업무능력은 안 보고 관상가지고 지적하니 기분이 너무 나빴다”고 말했다. 대화명 ‘오*무**’씨는 “여의도의 한 LCD 모율 제조 업체 면접을 봤는데 ‘가방메고 들어왔다’는 이유로 ‘약장수같다’고 하더니 ‘외투를 안벗고 면접을 본다’며 ‘건방지다’고 했다”면서 “결국 자기 할말만 하더니 면접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나가라고 하더라. 정말 어이없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또다른 면접자는 “면접관들이 ‘키가 165㎝라고 자기소개서에 써 있는데 맞아? 160㎝도 안 돼 보이는데 무슨 165㎝야’라며 계속 비아냥거렸다”면서 하소연했다. 취업준비생 김형건(29ㆍ가명)씨는 “면접 보는 내내 사장이 계속 문자를 보내고 통화를 했다”면서 “아무리 회사가 ‘갑’의 입장이라지만 기본 예의도 없는 모습에 씁쓸했다”고 말했다.

성희롱성 발언도 취업준비생들을 분노케했다. 서울의 한 중견기업 비서 면접을 보러간 박진미(25ㆍ여ㆍ가명)씨는 “ 면접관이 위아래로 훑어보며 ‘블라우스가 너무 작은 거 아니예요’라며 히죽거렸다”면서 “순간 얼굴이 빨개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고 전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면접관의 성적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해당 면접관은 특별교육이수와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에 불과해 실효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업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구직자 가족에 대한 ‘신상털기’도 여전하다.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때 기업 상당수가 가족의 학력, 직업, 재산 등 차별항목을 삭제하겠다고 했지만 기업들 대부분 현재까지 해당 항목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모 업체의 대표이사 비서 채용을 위해 인ㆍ적성 평가를 본 B씨. 그는 답안지를 받아든 순간 당황했던 기억을 잊을수가 없다. 몇개의 인ㆍ적성 문제와 함께 다른 한 면에는 “가족의 학력, 직업, 재산 등을 꼼꼼히 기재하라”는 질문을 접한 것. B씨는 “당장 취직이 급해서 적으란대로 적긴 했는데 찜찜했다”면서 “바로 다음날 합격자 발표가 난 것을 보고 ‘아, 배경에서 밀렸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P사 임원면접을 본 C씨도 “개별질문은 ‘아버지는 무슨일을 하시는가’외엔 없었다”며 씁쓸해했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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