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입으론 부자증세 외치면서…정치‘중산층 지갑’을 탐하다
뉴스종합| 2012-07-25 09:01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 한목소리
與, 취학전 아동교육비 공제 삭제
野, 일반 샐러리맨 과표 상향 외면
유력 대선주자들도 증세경쟁 가세



정치권이 ‘세금 더 내기’ 법안 발의 경쟁에 나섰다. 대선을 앞두고 한 쪽에서는 “조금 더 퍼주겠다”고 공약을 쏟아내는 사이, 한 쪽에서는 “필요한 돈 마련”에 혈안이다. 여기에 대선 주자들도 이구동성 ‘증세’를 외치고 있어 ‘중산층 지갑털기’는 앞으로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증세 법안 국회 줄줄이 대기=25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파생상품과 상장지수집합투자기구 수익증권(ETF)에 거래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동안 비과세였던 이들 주식파생상품에 각각 1만분의 1과 1000분의 5의 세금을 매기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실제 납세자들이 느끼는 세금 부담은 법안이 밝힌 1만분의 1(0.001%)이나 1000분의 5(0.05%)의 5배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파생상품 상당수가 약간의 증거금만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속성 때문이다. 과세 기준을 실제 투자액이 아닌, 장부상 거래액으로 해, 세금 납부액도 늘어나도록 만든 것이다.

민주당 역시 최근 당론으로 파생상품 과세를 결정했다. 민주당이 밝힌 세율은 새누리당의 법안보다 10배가량 높다. 지난해 우리나라 주식 관련 파생상품 총 거래액이 6경3325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최소 6조원(새누리당 안)에서 최대 60조원(민주당 세율) 이상의 추가 세수 확보도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정치권의 세금 더 걷기 경쟁에는 샐러리맨들의 유리지갑도 예외가 아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취학 전 아동교육비에 대한 소득공제를 삭제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인 종합소득 납세자들의 6세 이하 아동에 대한 추가소득공제와 근로소득자(샐러리맨)들의 취학 전 아동교육비의 소득공제를 없애는 것이 골자다. 대신 아동 1인당 60만원의 세액공제를 신설했다.

이 의원은 “연말정산 근로소득공제 특성상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저소득층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고소득자가 더 많은 소득공제 혜택을 누리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서민 세제지원 혜택을 늘리기 위해 6세 이하 아동에 대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대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법안으로 근로자 전체가 부담하는 세금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저소득층의 경우 이미 상당수가 낸 세금 전부를 돌려받는 면세점 이하 납세자임을 감안하면, 실제 납세를 하고 있는 자녀를 둔 중산층의 세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최근 연이어 내놓고 있는 소득세법 개정안도 도마에 올랐다. 고연봉자에 대한 세 부담 강화를 명목으로 과세표준 구간을 신설하면서도, 일반 샐러리맨 상당수가 해당하는 현행 구간의 과표 구간 상향 조정은 외면했다. 이에 따라 갓 입사한 신입사원도 20년 전 만들어진 과세표준 구간 설정에 따라 과거 중간 관리자들이 납부하던 세율을 적용받아야 한다.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앞세워, 만만한 전체 근로자들의 유리지갑에서 필요한 재원을 손쉽게 더 뽑아가는 셈이다. 이 밖에 현행 4000만원인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2000만 원으로 낮추는 등의 증세안도 하반기 대거 입법 대기 중이다.

▶대선 주자들도 ‘증세’ 경쟁=서민들의 주머니에서 한 푼의 세금이라도 더 걷자는 증세 경쟁에는 대선 주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복지 수준과 조세 부담에 대한 국민 대타협을 이루겠다”고 ‘증세’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반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인세에 대해서는 “가능한 낮춰야 한다”고 말해, 박근혜 식 증세의 타깃은 개인 근로자와 자영업자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증세에 더욱 공격적이다. 형식적으로는 “증세는 중산층과 서민에게 아무런 부담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지만, 하위 50% 이하 소득자 상당수가 지금도 면세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중산층 이상 상당수 성실 납세자들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법인세 역시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과 같은 21%로 인상을 주장하고 있어, 시장의 체감 증세 정도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복지지출을 위해 점진적으로 세금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증세 경쟁 동참을 예고했다. 특히 고소득층과 대기업 증세를 외치는 정치권과 달리, 전 계층에 대한 증세를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안 원장은 이 밖에도 실질 법인세율 인상, 주식양도차익과세, 파생상품거래세 도입, 금융거래세 도입 등 금융 부문에서 증세를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