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신흥국, 미 국채 매각 환율방어 총력
뉴스종합| 2013-07-17 00:08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이 두 달 새 67조원이나 급감한 이유는 지난 5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 이후 자본 이탈이 가시화하자 신흥국 금융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보유 외화 자산을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신흥국은 대규모 자본 유출로 자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외환보유고에서 미국 국채 등 자산을 팔아 자국의 통화를 사들이는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같은 환율 방어 노력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두 달 간 외환보유액이 급감한 신흥국의 통화 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브라질 헤알화는 11.5%, 인도 루피화는 10.9%, 러시아 루블화는 5.3%, 태국의 바트화는 4.4% 각각 하락했다. 한국 원화도 같은 기간 3.9% 떨어졌다.

핫머니(단기투기자금)의 유출은 가속화해 지난 6월 한 달 간 신흥국 증시와 채권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약 370억달러(41조4955억원)에 달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10일 이같은 시장 동요를 진화하기 위해 “당분간 양적완화 지속”이라는 발언을 내놓았지만 신흥국의 위험성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흥국은 급격한 자금 유출로 인한 통화 약세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물가상승은 소비 의욕을 꺾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하방 압력을 가중시킨다.

일각에서는 신흥국의 미국 국채 매각이 미 채권시장에 파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SMBC니코증권의 노지 마코토 환율 스트래티지스트는 “신흥국의 미 국채 매각에 따른 외환보유액 급감이 미국의 장기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Fed에 따르면, 해외 중앙은행의 미국 국채 등 채권 보유 잔액은 6월 말 현재 전월대비 400억달러(44조8,600억원) 감소했다.

한편, 신흥국의 외환보유액 감소가 ‘제2 외환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왔다.

JP모간 체이스의 타나세 준야 수석 외환 스트래티지스트는 “신흥 12개국의 외화 보유액은 10년 전의 3배 수준으로, 연쇄적 외환 위기가 일어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