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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 팀장님 ‘독후감 열공’ 왜?
뉴스종합| 2014-01-15 11:43
정몽원회장 ‘독서경영’팀장급 확대 지시
회사에 대한 건설적 비판·혁신 주문
공모 당선자 ‘회장님과 식사’ 선물도


‘위대한 기업, 로마에서 배운다’(원앤원북스), ‘사소한 차이’(위즈덤하우스).

정몽원<사진> 한라그룹 회장이 지난해 말부터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이른바 ‘독서경영’을 펼치고 있어 화제다.

직접 도서를 선정한 뒤 임직원들에게 나눠주고, 경영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과 회사 및 그룹의 발전 방향에 대해 독후감을 제출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바쁜 업무 속에서 책을 읽고 또 독후감까지 써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점차 그룹 전체에 책 읽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한라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초 전 계열사 팀장에게 책 ‘사소한 차이’(위즈덤하우스)를 나눠주면서 “책을 읽고 나서 우리에게 필요한 디테일한 변화는 무엇인지, 실천 방안은 무엇인지 피력해 보라”며 독후감을 쓰도록 지시했다. 독후감을 통해 그룹 경영의 현안 진단과 돌파구를 함께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다.


이에 14개 계열사 620여명의 팀장이 약 한 달여 시간에 틈틈이 책을 읽은 뒤 일제히 독후감을 제출했다.

직접 도서를 선정할 정도로 정 회장의 관심이 남다른 데다 비서실에서 이를 챙기다 보니 참여율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팀장들인 만큼 독후감에선 회사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A 팀장은 “(우리 회사는) 비장한 각오 또는 굉장한 의욕으로 타개책과 도입 방안을 만들곤 한다”면서도 “그러나 시간이 흘러 그런 위기의 원인들이 누그러지면 지리멸렬하게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B 팀장의 경우엔 “우리 그룹 내 변화와 혁신이 아닌 책임 회피(부정적)와 추진력 저하, 위기의식 부재가 문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C 팀장은 “(그룹에) 만도는 있지만 한라그룹은 없다”면서 그룹을 우선시 생각하는 문화가 아닌, 본인 조직만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분위기를 꼬집었다.

정 회장이 독서경영을 빼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 달 앞선 지난해 10월 초에는 임원급들을 대상으로 ‘위대한 기업, 로마에서 배운다’(원앤원북스)를 나눠준 뒤 독후감을 써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지난해 초에는 ‘한라그룹 50년사’ 발간을 기념해 해외여행 특전을 내걸고 계열사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독후감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한라그룹 측은 이번 팀장급들의 독후감 가운데 우수작 22편을 최근 선정했다. 분량에 제한을 두지 않다 보니 내부 평가만 한 달가량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라그룹 한 관계자는 “우수작을 써낸 팀장에 대한 시상식을 별도로 진행하지는 않지만 추후 정 회장과의 식사자리에 초대받는 선물(?)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연 기자/sonam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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