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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정은 하되 표결하지 않는다?
뉴스종합| 2014-02-13 10:27

지난 12일 오후 3시10분께. ‘정치공세용’이라며 민주당이 제출한 서남수ㆍ황교안 해임건의안 본회의 상정을 강하게 반대했던 새누리당이 돌연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원내지도부의 협상 끝에 해당 해임건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의결키로 했다는 소식이 민주당 측으로부터 전해지면서다. 이 때부터 ‘서남수ㆍ황교안 해임건의안 본회의 상정ㆍ의결키로’라는 제목의 기사가 쏟아졌고, 해당 기사는 인터넷 페이지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미 한 줄의 속보기사 뒤에는 “ ‘상정은 하되, 새누리당은 표결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됐다”는 여야의 암묵적 전제가 내포돼 있었다. 다시 말해 이날 오후 7시반께 새누리당 의원이 집당 퇴장하면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는 일련의 과정이 이미 여야의 ‘합의사항’에 포함된 내용이었던 셈이다.

다시 시간을 되돌려보면 본회의를 시작하기 앞서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민주당은 상정만이라도 해달라고 했고, 우리(새누리당)는 표결에 응하지 않는다고 했다. 본회의에 상정을 하는 것까지만 여야 합의를 한 것이지 표결에 응한다는 합의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도 같은 말을 했다. 정호준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이 표결하지 않아서 무산이 되면 무산이 되는 것”이라면서 “새누리당이 부결을 시키든 그건 어떻게 될지 몰라도, 다시 말해 표결까지는 컨트롤할 수 없어도 안건 상정은 해야 한다고 어필했고 그 게 합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당 대변인의 발언을 비춰봤을 때 새누리당이 해당 안에 대해 ‘표결’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여야가 합의, 해당 안이 ‘상정’이 됐다는 풀이가 가능하고, 민주당은 해당 안을 끝까지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보다는 일단 ‘보여주기’에 연연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해임건의안이 폐기된 다음날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자기들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해임안을 제출한다는 식의 행태는 ‘보여주기식 정치쇼’ ”라고 했고, 정성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해임건의안이 폐기된 것에 대해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다. 여당과 야당이 국민을 상대로 ‘짜고 치는 고스톱’을 벌인 뒤 내뱉은 말이라서일까. 두 의원의 발언 모두 공허한 비판으로 들리는 이유다. 

이정아 정치부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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