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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업무보고 스타일 특징은 ‘비유’와 ‘디테일’
뉴스종합| 2014-02-15 09:53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올해 박근혜 대통령 업무보고 일정이 반환점을 돌면서 박 대통령의 업무보고 스타일도 드러나고 있다. 1년 계획을 잘 보고해야하는 부처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업무보고 스타일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14일 법무부와 안전행정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업무보고로 17부 3처 5위원회와 중소기업청 등 26개 정부부처 가운데 15개 기관이 업무보고를 마쳤다.

5차례에 걸쳐 진행된 업무보고를 통해 드러난 박 대통령의 스타일은 ‘비유’와 ‘디테일’로 요약할 수 있다. 대통령 업무보고는 역대 대통령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달변가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현안에 따라 담당 공무원과 예정에 없던 즉석 토론을 종종 제안해 공무원들을 긴장케하곤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올해 부처별 업무보고 청취 일정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비유’를 즐겨쓰고 ‘디테일’한 데이터를 중요시하는 박 대통령의 업무보고 스타일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진=청와대]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 전 정부 때 한미ㆍ한일 관계가 잘못된 것은 당시 외교통상부의 잘못이라거나 슈퍼컴퓨터에 걸맞은 고급 인력이 없어서 기상예보가 문제냐는 식으로 기상청을 질타해 ‘버럭 명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비유와 디테일로 요약되는 박 대통령은 업무보고에서 국정철학과 각 부처에 대한 주문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비유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

가장 먼저 진행된 5일 국무조정실과 법제처, 권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과감한 규제개혁을 강조하며 “진돗개가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겨져 나갈 때까지 안놓는다고 하는데, 진돗개를 하나 딱 그려 놓으시고 그런 진돗개 정신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은 업무보고 진행기간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 때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추진과 관련,“사자나 호랑이가 작은 토끼 한 마리 잡는데도 최선을 다하지 않느냐”며 “더구나 이건 국정과제 중에서도 핵심과제인데 피 말리는 노력이 안되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노력을 배가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올해 업무보고가 2~4개 유관부처가 함께 진행한다는 점을 집에 비유하며 부처간 협력을 여러 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와 관련 “어떤 집에 들어가 행복하게 살려면 그 집의 온도도 잘맞아야 하고 문짝도 튼튼하게 달려 덜컹거리지 않고, TV 수신도 잘되고 부엌도 잘 돼있어야만 한다”며 “부처가 협업을 잘해서 국민이 행복한 집을 만들어주고 국민이 그 안에 들어가 행복하고 희망을 꿈꾸며 살 수 있게 힘써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11일 일자리ㆍ복지 분야 업무보고 때는 “아무리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외쳐도 규제를 확실하게 혁파ㆍ개혁하지 않으면 연목구어(緣木求魚ㆍ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한다)이고, 아무 소용없는 구호에 불과하다”며 사자성어를 인용해 규제혁파를 강조하기도 했다.

디테일한 데이터의 활용도 자주 눈에 띈다.

박 대통령은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지나치게 높은 대학진학률 문제를 언급하면서 “스위스의 경우 대학진학률이 29%에 불과하고 직업학교 선택률이 67%이지만 국가 경쟁력지수는 5년 연속 1위”라고 말했다.

또 안정행정부 업무보고 때는 지방자치단체의 방만한 재정운영을 지적하며 “2010년 말 기준으로 지자체 보증 채무 총액이 5조원에 육박하고 현재 추진중인 채무보증도 2조원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향후 심각한 재정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밀통 인사’에 이어 부처별 업무보고 내용까지 함구하며 ‘밀통 업무보고’ 논란을 낳았던 지난해 인수위 때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업무보고를 계기로 역사교과서 문제나 ‘염전노예’ 사건 등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빼놓지 않고 밝히고있다.

다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13일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 러시아에 귀화해 소치동계올림픽에 출전중인 안현수 선수와 관련해 체육계 부조리를 지적한 것은 동계올림픽에 출전중인 선수들의 사기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지나친 ‘만기친람(萬機親覽·모든 일을 친히 챙김)’식 리더십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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