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유물유적
선비들의 계모임 그림, 어떻게 하와이로 갔을까
라이프| 2014-02-27 07:41
[헤럴드경제=박은혜 기자]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박물관 수장고에서 희귀한 조선시대 계회도(契會圖, 문인들의 모임을 그린 그림) 발견돼 눈길을 끌고 있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미국 호놀룰루미술관 수장고에서 1586년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계회도(契會圖)를 발견, 미술관과 이 작품에 대한 보존처리와 전시 방안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이 작품은 문화재청이 국외 소재 우리문화재 보존ㆍ활용사업으로 호놀룰루미술관 소장 우리문화재에 대한 보존처리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호놀룰루미술관이 2003년도에 구입한 미술품 수집가 겸 중개상이었던 리차드 레인의 수집품 속에서 현지 조사단이 발견했고, 발견될 당시 리차드 레인 수집품은 아직 정리가 덜 된 상태로 유물번호도 없이 수장고에 있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이 작품 우측 상단에는 윤안성(尹安性, 1542-1615)이 1586년에 쓴 제시(題詩, 그림이 이루어진 배경이나 작가에 대한 평 등을 그림이나 표구의 대지(臺紙)에 적어 놓은 글)가 적혀있어 제작연도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작품의 보존상태는 좋은 편이나 현재 일본식으로 장황(裝潢, 제본)돼 있으므로, 문화재청은 전문가 검토를 거쳐 보존처리와 함께 조선식 전통족자 형태로 장황을 바꿀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계회도는 세부묘사가 정교하고 16세기 산수화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현재 제작연도가 분명하고 보존상태가 좋은 16세기 계회도가 많이 남아있지 않은 오늘날 역사적으로나 미술사적으로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작품의 내용은 문인들의 모임을 그린 것이나, 정확히 어떤 모임을 그린 것인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함에 따라 문화재청은 현지조사단을 중심으로 좀더 정확한 조사를 수행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일제때 유출돼 하와이-미국본토 등으로 이어지는 유통과정에서 하와이에 남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은 “외국의 대형 박물관이 아니라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호놀룰루미술관에서 이와 같이 중요한 작품이 발견된 점을 고려해, 앞으로 국외에 소재한 우리나라 문화재를 좀더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보존ㆍ활용하는 사업을 확대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ra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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