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어렵고 머리아픈 과학, 예술과 만나면…
라이프| 2014-03-09 14:55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예술과 과학의 뿌리는 같다고 한다. 시간, 탄생, 생명 등 ‘근원’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위대한 과학자 중에는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많다. 굳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노벨상 홈페이지에 들어가 수상자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예술과 과학의 재능이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융복합’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하며 ‘학제’간 교류를 통한 통섭형 인재를 육성하자는 거창한 목표까지 등장했지만, 사실 ‘통섭형’ 인재는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인재상이다.

학문간 교류를 통한 시너지와 새로운 영역의 창출이 시대적 화두인 지금, 예술과 과학의 공동창작 및 융복합을 키워드로 하는 전시가 열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권영빈) 아르코미술관은 3월 6일부터 5월 9일까지 협력기획전 ‘Dynamic Structure & Fluid’를 개최한다. 뉴미디어아트연구회 김경미 대표와 서울대 과학사 과학철학협동과정 홍성욱 교수가 기획자로 나섰다. 

이상민 `숨겨진 공간` [사진제공=아르코미술관]

한마디로 이번전시는 10개월에 걸친 예술가-과학자의 워크샵의 결과다. 미디어 아티스트인 김영희, 김태희, 박미예, 이상민, 전상언, 이강성&고병량, 노드. 클래스 등 총 7팀의 예술가와 강명주, 김홍종 교수(이상 서울대 수리과학부), 이필진, 이기명 교수(이상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김희준 교수(광주과학기술원), 이상민 교수(서울대 자유전공) 등 물리학과 수리과학 교수들이 참여했다. 과학자들은 ‘피보나치 수열’, ‘들로네의 삼각분할’, ‘초끈이론’ 등 과학이론에 대해 설명했고 예술가들은 이를 바탕으로 한 창조작업물 총 7점을 제작했다. 어렵게 느껴지는 기하학과 수리과학을 예술가들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통해 조형언어와 미디어 언어로 풀어낸 것이다.

물리학의 ‘초끈이론’은 우주를 구성하는 최소단위가 아주 작은 끈으로 이루어졌다는 학설로 1970년대에 제기됐다. 이 이론에서는 우리가 사는 공간은 9차원이라고 한다. 3차원을 제외한 나머지 6차원은 작은 영역(칼라비-야우 다양체)에 숨겨져 있다고 본다. 전시장 2층의 ‘숨겨진 공간’이라는 작품은 초끈이론을 바탕으로 이상민이 작업했다. “이론이 너무 흥미로워서 단숨에 빠져들었다”는 작가는 6차원의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거울을 활용한 다면체를 지었다. 3차원으로 구현된 ‘숨겨진 영역’은 아름다운 빛을 발하며 관람객들을 매료시킨다. 

노드.클라스 `차원위상변환장치` [사진제공=아르코미술관]

이외에도 철학가이자 수학자인 플라톤이 주장한 4, 6, 12, 20면체는 불, 흙, 하늘, 물을 상징한다는 ‘플라톤 입체’가 현대적 미디어로 풀어냈고, 해바라기나 거북이 등껍질에서 발견되는 들로네 삼각분할과 보르노이 다이어그램도 인스톨레이션 작품으로 탄생했다. 피보나치 수열은 솔방울의 비늘에서 영감을 받은 인터렉티브 인스톨레이션 작품으로, 유체역학은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오디오 비주얼 인스톨레이션으로 선보인다.

전시만으로도 어려운 과학 이론이 아름답게 눈앞에 펼쳐지지만, 수리과학과 유체역학의 원리가 뉴미디어 작업과 결합된 체험 워크숍도 진행된다. 전시기간 중 매주 주말, 초ㆍ중ㆍ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포함 일반인을 대상으로 작가와 교수가 함께하는 ‘Stucture & Fluid STEAM 워크숍’이 총 42회 열린다. 관람 및 워크샵 참석료는 무료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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