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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선 국내금융…“일본式 지역밀착형 금융에서 배우자”
뉴스종합| 2014-06-04 10:39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국내 금융기관들이 가계 및 대기업의 대출수요 둔화에 따른 성장 한계에 직면한 상황과 관련, 일본의 ‘지역밀착형 금융(region-based relationship-banking)’의 벤치마킹으로 중소기업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송경희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일본 지역밀착형 금융의 성과와 한계’라는 보고서를 통해 “금융기관의 대출확대 필요성, 중소기업의 지속적인 자금 부족 상황 등을 감안할 때 국내에서도 중소기업금융을 한층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 사례를 참고로 할 때 국내 금융기관들도 지역 밀착형 금융을 활성화하려면 외부 자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몇년전부터 중소기업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밀착형 금융 전략을 선택했다.

지역밀착형 금융이란 장기간의 거래관계를 통해 취득한 배타적 고객 정보를 활용해 대출을 심사할 뿐 아니라, 거래기업의 경영활동을 지원해 자금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제고하려는 목적을 내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생애주기별 특징에 따른 기업 지원 ▷판로알선, 경영컨설팅 등 기업에 대한 비금융서비스 확대 ▷동산ㆍ채권 양도담보대출 등 중소기업 특성에 적합한 대출방법 개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송 연구원은 금융기관의 순익 개선이 부진하고 기업과의 안정적인 거래관계에 대해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역밀착형 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은 우선 비용 최소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본 금융기관들도 이를 위해 지역밀착형 금융 시행에 따른 비용 절감에서 시작, 유료화 등을 통해 기업과 비용을 공동부담하는 방안, 비금융서비스 지원과정에서 습득한 기업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부실채권 발생을 억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금융기관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으로 대응했다고 전했다.

가령 일본 경제산업성에서는 중소기업 지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각 지역에 ‘지역력연대거점’을 지정해 중소기업 지원업무를 위탁하고 사업비용을 지불했다. 혹고쿠(北国)은행은 2009년 이시카와현(石川県) 호쿠리쿠(北陵) 지역력연대거점으로 선정돼 자행의 ‘응원 코디네이터’가 시행하는 중소기업 경영지원업무를 지역력연대거점 업무로서 시행하고 정부로부터 사업비를 받았다.

이후 혹고쿠은행 외에 많은 중소・지역 금융기관들이 공공부문의 중소기업 지원제도를 활용해 기업 경영컨설팅 등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했다.

일본 금융기관들은 컨설팅, 비즈니스 매칭 등도 점진적으로 유료화하고 있다. 3대 대형은행 중 하나인 미즈호(みずほ) 은행은 지역 밀착형 금융 전략을 받아들여 비즈니스 매칭 등을 실시했다. 미즈호 은행은 형식적인 중개 서비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담회에 참여하는 업체들의 업종을 엄격히 제한했을 뿐 아니라, 판로 및 공급처를 물색하는 기업들과의 충실한 상담을 통해 계약성사 가능성이 높은 업체들만을 대상으로 상담회를 실시했다. 상담회 개최 이후 실제 계약 금액의 일부를 성사 수수료로 징구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최근 ‘일본의 지역밀착형금융 활성화 정책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내 서민금융기관들도 일본 지역금융기관과 같은 지역밀착형금융 활성화를 통해 고객을 일회적 수익창출대상이 아니라 고유한 영업기반으로 인식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금융감독당국은 1990년대 버블경제 붕괴 이후 지역금융기관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2003년부터 지역밀착형금융 활성화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지역밀착형금융 활성화정책의 목적은 발생한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향후 부실채권 발생 위험을 완화하는 한편, 중소영세기업에 대해 경영지원을 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금융감독당국은 중소 영세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금융기관이 이들에 대한 자금제공 시 컨설팅 등 사업성공에 필요한 서비스까지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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