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LG ‘세탁기 고소戰’…검찰 사건배당 본격 수사
뉴스종합| 2014-09-15 11:14
삼성전자
“LG전자 사장 세탁기 파손장면…CCTV에 찍혔다”

LG전자
“해외매장서 제품테스트는…흔히 있는 일이다”



검찰에 때아닌 ‘세탁기 고소장’이 날아들었다. 고소 내용이 다소 황당해 검찰 수사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 사장을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독일 국제가전박람회(IFA) 개막 직전 시내 가전매장에서 조 사장이 삼성전자의 전략 제품인 크리스털 블루 세탁기를 고의적으로 부쉈다는 게 이유다. 서울중앙지검은 15일 이 사건을 형사4부에 배당했다. 검찰은 조만간 고소인측인 삼성측을 불러 조사한 뒤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4’ 개막 직전 벌어진 이번 사건을 두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장은 상반된다.

문제의 장소인 베를린 시내 한 가전 매장에서 벌어진 일과 관련, 삼성전자 측이 매장 폐쇄회로(CC) TV를 토대로 구성한 시간대별 상황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오전 10시 30분께 유럽 최대 양판점인 자툰 슈티글리츠 매장에 동양인 7~8명이 들렀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전시회에 맞춰 내놓은 전략 제품 크리스털 블루 세탁기 주변에 모였다. 이들 일행 중 조 사장이 포함돼 있었고, CCTV에는 조 사장이 직접 세탁기를 파손한 뒤 자리를 뜨는 장면이 찍혔다는 게 삼성전자 측 주장이다.


두 시간 뒤 베를린 시내 다른 매장인 자툰 유로파센터에서도 LG전자 세탁기 개발담당 임원과 직원 1명이 같은 방법으로 삼성 세탁기를 파손하다가 매장 직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 현지 경찰이 조사를 벌였고, LG전자 임직원은 유로파센터 매장 세탁기 4대를 변상하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경찰은 추후 호텔에서 신원을 확인했다고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세계 가전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독일 현지에서 우리 제품이 특정 업체에 의해 파손돼 명확한 피해자임에도 일부에선 ‘이전투구’, ‘진실공방’ 식으로 보도되기도 했다”며 “글로벌시장에서 세계 유수 업체와 경쟁하는 시점에 국내업체 최고위 임원을 수사의뢰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통상 세탁기는 어린아이(15㎏) 한명이 위에서 있는 힘을 지탱할 정도의 강도가 정상적 수준”이라며 “건장한 성인이 무릎을 꿇고 찍어 누르면 손상될 수 밖에 없다”며 그 배경과 저의가 어디에 있었는지 판단해보면 된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LG전자 측 이야기는 다르다. LG전자 관계자는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현지에서 해당 임직원이 매장에서 경쟁사 제품의 사용환경을 테스트하고 있는데 매장 직원의 오해를 산 것”이라며 “해외 가전 매장에서 제품을 테스트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가전업계 라이벌인 양사의 분쟁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양사는 에어컨 시장 점유율을 놓고 설전을 벌였고, 2012년에는 냉장고 용량을 놓고 삼성이 찍은 동영상을 시작으로 수백억원대의 쌍방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벌였다. 이 소송은 지난해 8월 양사가 소송을 취하하면서 일단락됐다.

신상윤·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