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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경쟁이 소비자 신뢰를 가져온다
뉴스종합| 2015-03-17 10:18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최근 몇 년새 국내 시장에서 ‘수입산’ 브랜드의 점유율이 크게 증가한 부문이 몇 개 있다.

먼저 자동차 시장이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는 2013년(15만6497대)보다 25.5%나 증가했고, 2010년(9만562대)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났다. 엄청난 성장세다. 맥주 시장도 비슷한 양상이다. 수입맥주의 점유율은 2010년 13%대에 불과했으나2013년 25%를 넘었고 지난해에는 30%대를 돌파했다. 

두 시장에서 수입브랜드는 과거 규제와 세금때문에 국내 입성이 어려웠고, 문이 열렸어도 가격경쟁력에서 국내브랜드에 뒤쳐졌던 제품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수입차는 국내브랜드의 것과 차이가 좁혀졌고,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 대량으로 풀린 수입맥주는 아예 비슷하거나 심지어 일부는 더 저렴한 수준이 됐다.

또 다른 공통점도 있다. 국내 브랜드의 자동차와 맥주 이야기만 나오면 따라붙는 소비자들의 원성이다. 합리적인 비판도 있고 악의적인 비난도 있지만, 문제는 어느 경우든 소비자들의 불신을 반영한다는 사실이다. 신뢰가 떨어지니 해당 기업에서 ‘아’라고 해도 소비자들은 ‘어’로 받아들인다. 마땅한 비판이야 기업에서 수용하고 개선하면 그만이지만, 실제로는 좋은 것이 좋다고 인정받지 못하니 문제다.

이와 사정은 약간 다르지만, 말만 나오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된다는 점에서 비슷한 분야가 있다. 이동통신이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는 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요금 수준이 20%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통신비 부담은 줄지 않았다. 요금 차별이 없어졌다고는 하나 이통사들과 유통점들이 최신 고가 단말기와 고가요금제에 지원금을 집중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통사와 유통점이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고액의 휴대폰 구입비를 상쇄시켰으나 단통법이 시행되자 보조금 경쟁이 제한됐는데 휴대폰 출고가는 그대로이니 가계에서 부담하는 통신비 수준은 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최근 이통사는 각종 결합 상품 할인제도도 줄이는 추세다. 소비자들과 소비자권익 단체들은 “단통법이 고객에게 유리한 가격과 서비스 경쟁을 가로막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프랑스에선 지난 2011년 제4이동통신인 프리모바일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점유율을 늘였고, 요금 인하 효과를 빚어냈다. 최근 미국에선 기존 3위에서 4위로 밀려난 이동통신사 스프린트가 다른 회사 고객이 자사로 옮길 경우 위약금은 물론 남은 단말기 할부금까지 전액 지불키로 하는 파격적인 상품을 들고 나왔다. 핵심은 소비자를 위한 ‘합리적 경쟁’이다.

그동안 국내 자동차나 주류 기업은 정부의 보호와 지원 속에 성장을 거듭했으나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신뢰가 떨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공급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시장 경쟁을 유도한다는 단통법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비자들이 실제로는 이동통신기업을 위한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로서는 억울한 측면도 많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소비자 신뢰는 합리적 경쟁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이다. 합리적 경쟁이 있을 때 기업들의 이윤추구행위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 높아진다. 정부의 정책 입안자들이 곰곰히 따져봐야 할 문제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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