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70년 전 여관비 갚은 老학자의 양심…마음의 빚도 훌훌
HOOC| 2015-09-11 16:12
[HOOC=최승민 객원리포터] “70년전 여관비 이제야 갚습니다.”

80대 역사학자가 어린 시절 시골 여관에 내지 않은 숙박비를 70년 만에 갚은 사연이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경북 청송군 진보면사무소에 현금 50만원과 편지가 든 등기우편물이 도착했다.

우편물 속 편지에는 “어릴 적 숙박을 한 뒤 도망치면서 내지 않았던 여관비를 갚고 싶다”는 내용의 글이 있었다. 


주인공은 서울의 한 대학교수로 재직하다 퇴직한 국내 근현대사학계에서는 알아주는 83세의 역사학자.

이 역사학자가 진보면사무소에 보낸 편지 내용은 이렇다.

경북 영양 출신으로 서울로 유학을 가 중학교에 다니던 그는 1945년 8월 해방이 되자 고향을 찾아가게 됐다. 영양군 일월면 주곡리 주실마을로 가던 그는 사정이 여의치 않아 청송군 진보면 한 여관에 들렀다.

하룻밤을 지낸 그는 여관 주인이 없는 틈을 타서 여관비를 내지 않고 그대로 달아났다.

그 뒤 숙박비를 내지 않았다는 마음의 짐을 지고 살아온 그는 뒤늦게 여관비를 갚으려고 당시 여관을 찾았다.

그러나 여관은 없어졌고 주인도 찾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진보면사무소로 현금 50만원과 사연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고 했다.

그는 편지에서 70년전 여관비를 현재 화폐 가치 50만원으로 정한 것에 대해 “서울의 한 특급호텔 하루 숙박비가 50만원인 것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여관이나 업주를 찾을 수 없는 만큼 50만원은 진보면 숙박업소를 위해 사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진보면은 이 역사학자가 보낸 50만원을 단순히 숙박업소에 물품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좀 더 의미 있게 쓰기로 했다.

진보면은 일명 ‘양심거울’을 만들어 숙박업소에 기증해 지역사회를 훈훈하게 하는 미담 소재로 활용할 방침이다.

unplugd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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