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저씨들의 반란, ‘아재’가 뜬다
HOOC| 2015-11-02 21:07
[HOOC=서상범 기자]‘아재’.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는 물론, 케이블이나 지상파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쉽게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아재들이 사용하는 말투라는 ‘아재체’에서부터 ‘아재 개그’에 이르기까지, 아재를 활용한 수많은 단어들이 언젠가부터 친근하게 사용되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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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아저씨의 낮춤말’입니다. 단어의 뉘앙스 역시 유행에 뒤처졌거나 상황과 장소를 구분 못하고 썰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놀리는 의미로 사용되곤 합니다. 이 단어가 최근 사랑을 받게된 것은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마리텔)’에 출연하고 있는 오세득 셰프의 공이 큽니다.

오 셰프는 방송에서 단어를 살짝 바꿔 말하는 식으로 개그를 던지는데요. 방송 중 음식에 대해 게스트가 ‘겨자 맛’이 난다고 하면,“겨(기어)들어가 자고 싶은 맛”이냐고 묻는다던지, 먹고 남은 전으로 어떤 요리를 만들지 고민하는 것을 ‘전전긍긍’이라 묘사하는 식입니다. 말그대로 1차원적인 언어유희를 통한 어이없음을 유발하는 것인데요. 사실 이 유머는 오 셰프 이전에도 이른바 ‘부장님 유머’라는 이름으로 존재해왔습니다.

하지만 부장님 유머가 직장의 어른으로 군림하는 부장님이 던지는, 웃기지도 않지만 억지로 웃어야하는 개그에 대한 일종의 비하적 의미가 강하다면, 아재 개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뭐라도 해볼려고 발버둥치는 ‘아저씨’들에 대한 애처로움과 격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오 셰프의 아재개그에 대해 “안쓰러우면서도 중독성이 있다”며 폭발적인 응원을 보내는 이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아재 트렌드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아재체’입니다. 아재들이 사용하는 말투, 문체를 의미하는 이 용어의 특징은 상황에 맞지 않는 과도한 이모티콘의 남용과 말줄임표(이른바 ‘쩜쩜쩜’)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아재체의 대표주자로는 가수 임창정이 꼽히는데요.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팬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직접 글을 올리는 것은 물론, 팬들의 글에 답글을 다는 것도 일상적인데요. 하지만 임창정이 올리는 글들은 과도한 이모티콘이나 문장부호(느낌표나 쉼표)를 사용하며 팬들에게 아재체로 불립니다.

방송인 정찬우 역시 후배 걸그룹과 함께한 사진을 올리며 수많은 물결표시와 이모티콘으로 점철된 글을 올리며 아재체의 대표주자로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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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단계 더 진화한 휴먼아재체라는 용어도 있습니다. 워드 프로그램인 ‘한글’에서 사용되는 폰트인 휴먼명조체에서 파생된 이 단어는 구수한 욕설과 신세의 한탄 등 인간미가 느껴지는 진정한 아재들이 사용하는 어투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 SNS가 일상화되면서 4050대 중년 남성들의 SNS 이용도 활발해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러한 아재들의 SNS역시 그들만의 특색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아재체를 사용하며 꽃사진이나 하늘의 모습, 무지개 사진 또는 유행이 한참 지난 과거의 유머게시물 등을 올려놓고 신기하고 재미있지 않냐는 동의를 구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이처럼 ‘아재’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와 기술에서 한발짝 뒤쳐저있지만, 함께 발맞춰가고 싶은 아저씨들의 ‘노오력’에 대한 안쓰러움과 응원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과거 ‘꼰대’로 불리던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모습이 아닌, 새로운 세태에 대해 소통하고자하는 그들만의 방식, 그 과정에서 발현되는 어쩔수 없는 아저씨스러움에 대한 편안한 반응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소 서툴지만 변화에 대해 노력하는 오늘의 아재들에게 박수를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요?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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