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밥 한 그릇도 아꼈어요” …75억 부동산 기부한 노부부
HOOC| 2015-11-16 16:24
[HOOC] 추운 겨울 따뜻한 순댓국 한 그릇. 치명적 유혹이다. 비싸지는 않다. 하지만 그래도 꾹꾹 눌러 참았다.

“어느 겨울이었죠. 자전거를 타고 눈길을 뚫고 집으로 오다가 순댓국집을 봤어요. 그 추운 겨울날 따뜻한 순댓국 한 그릇이 얼마나 먹고 싶었던지. 그 돈이면 온 가족, 열 식구가 배불리 먹을 수 있을 텐데 어떻게 혼자 먹을 수 있나 싶어 그냥 지나쳤습니다.”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70대 부부가 평생 아껴모은 75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KAIST에 유증(遺贈)했다. 

75억 상당의 부동산을 KAIST에 기분한 이승웅 씨 부부.


화제의 주인공은 이승웅(74)ㆍ조정자(72) 씨 부부. 이들은 지난달 서울시 성북구 상가와 경기도 의정부시 상가 등 부동산 3건을 KAIST에 내놓았다.

이씨 부부는 부부의 인연을 맺을 당시부터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자고 약속했다고 했다. 부부의 작은 참여로 국가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을 찾던 중 과학기술인재를 양성하는 KAIST를 알게 됐다. 


KAIST와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부부였지만 올 봄 기부를 결심하고 부부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기부 방법으로 유증을 선택했다.

이씨 부부는“지금의 재산을 모으기까지 아끼는 것이 최고라 생각하며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살아왔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상경한 이후 지금까지 배달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순댓국으로 그대로 드러나는 남편 이승웅 할아버지의 검소함은 부인 조정자 할머니에게도 그래도 이어졌다.

아내 조정자씨는 “처음 결혼해서 어찌나 검소한 사람이던지 너무 알뜰한 남편을 흉보기도 했다”면서도 “어느 순간 닭고기값 500원을 아끼려고 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는 내 모습을 보며 나도 그이를 닮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회고했다.

무섭게 아끼며 일군 값진 재산이었으나 부부는 소중한 재산을 KAIST에 내놓으면서도 주저하는 기색이 없었다. 이씨는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것도 좋지만 이 나라를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 보다 더 값진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오늘,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 제 인생에 가장 기쁘고 행복한 날”이라고 말했다.

강성모 총장은“평생 모은 재산을 흔쾌히 기부해주신 부부의 결정에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기부자의 기대를 학교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 세계 최고의 인재를 양성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hoo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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