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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이원근 "원태연 감독님과 꼭 작업해보고 싶어요"
엔터테인먼트| 2015-11-19 07:52
누군가는 그를 왕을 지키는 과묵한 무사로 기억할 수도 있을테고, 다른 누군가는 소꼽친구를 첫사랑으로 느끼고 표현이 서툰 장난스러운 고등학생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또 다른 이의 머릿 속에는 한복을 입고 형과의 애틋한 우애를 간직한 조선시대 사내인 이원근이 있을 수도 있겠다. '발칙하게 고고'에 출연하기 전까지는.



이원근은 최근 종영한 '발칙하게 고고'에서 처음으로 미니시리즈 주연을 맡았다. '발칙하게 고고'는 성적으로 계급이 매겨지는 세빛고에서 서로 앙숙처럼 지내던 댄스부 ‘리얼킹’과 응원부 ‘백호’가 치어리딩 동아리로 통폐합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학원물 답게 극중 학생들이 각자의 트라우마를 딛고 우정과 사랑, 그리고 성장하는 모습을 담았다.

첫 주연작이니만큼 이원근에게 '발칙하게 고고'는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 중 큰 획을 그은 작품이 됐다. '여교사' 촬영 후 이원근은 곧바로 '발칙하게 고고'에 투입돼 극을 이끌어나갔다. 두 달동안 매일 현장에서 김열로 살다시피 했던터라, 쉽게 떠나보내기 아쉬워 보였다.

"첫 주연작이다보니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안전하게 무사히 작품을 끝낸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여교사' 촬영할 때 캐스팅 됐는데 오디션도 안보고 절 선택해주셨어요. 이은진 감독님에게 그 부분이 감사해요. 그 보답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되돌아보니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도 남아요."
김열은 전교 1등에 자기 의사표현은 확실히 하는 어디에서나 '주목받는 학생'이다. 이원근의 학창 시절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저는 김열과는 전혀 반대의 학생이었어요. 학창시절에 화낸 적도 없었고 내성적이고 어느 학급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친구였어요. 김열은 의사 표현 확실하고 리더쉽도 강한 친구잖아요. 전 그렇지 못하고요. 그래서 대리만족 느끼면서 김열을 연기하며 참 재미있었어요."

'일말의 순정', '12년만의 재회 : 달래 된, 장국', 내년 개봉을 앞둔 영화 '여교사'에서 교복을 입었다. 주변에서는 캐릭터의 획일화를 걱정하는 이들도 없진 않다. 그러나 이원근은 이런 시선을 자신의 무기로 삼을 줄 아는 자신의 주관이 확실한 배우다.

"입을 수 있는 나이가 한정적이잖아요. 저는 아직 교복을 입을 수 있다는게 제 무기라고 생각해요. 너무 학생 역할만 하는 것 아니냐고 이미지가 굳어지는 걸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 부분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적으로 해결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원근은 에이핑크 정은지와 풋풋한 고등학생들의 감정을 연기했다. '응답하라 1997', '트로트의 연인'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줬던 정은지다. 이원근은 정은지와 연기한 소감을 묻는 말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은지는 진자 강연두 같아요. 에너지 넘치고 사람들 잘 챙기고, 분명히 자기도 피곤할텐데 그런 기색 하나 없이 현장에 있어요. 보면서 많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죠. 누구나 다 힘들지만 피곤한 티 내면 더 힘들잖아요. 그런 면에서 성숙한 면을 느끼기도 했어요."



이원근은 정은지 외에도 함께 출연한 많은 배우들과의 우정을 과시했다. 낮은 시청률로 고전했지만, 그럴 수록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출연진들끼리는 더 단단해져갔다고.

"이번 현장은 배우들끼리 유독 끈끈하게 지낸 것 같아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친구가 됐어요. 시청률이 부진했기 때문에 거기에 연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어요. 시청률이 안나온다고 해서 우리가 열심히 하지 않은건 아니니까요. 시청률로 우리 작품을 평가 받지 말자고 서로 격려하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촬영에 임하려고 했습니다."

이원근은 자신을 캐스팅한 이은진 감독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캐릭터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누고 조율을 할 수 있었던 점이 그에게는 색다르게 와닿은 모양이었다.

"감독님이 여자분이라 체력적으로 남자 감독님들에 비해 부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정말 제 편견이었어요. 감독님 언제나 현장을 휘어잡으시는 카리스마가 있으세요. 우리 모두 감독님 한 마디에 조용해지고,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죠. 배우와의 소통도 피하지 않으시고 수렴해주시는 열린 마음도 있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이제 막 작품을 끝냈으니 배우 이원근이 아닌 24살 청년 이원근으로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들을 물었다. 이후 그의 내성적인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내는 취향들이 하나 둘 씩 나왔다. 영화 보기, 책 읽기, 혼자 여행 하기 등. 한창 이야기 하다보니 힐링과 동시에 많은 것들을 경험하면서 느낀 감정들을 연기의 자양분으로 삼겠다는 의도다. 역시 한창 성장하고 있는 배우로서 연기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쉽지 않은 듯 보였다. 아니, 굳이 분리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작품적으로 늘 후회 없이 하는게 가장 큰 목표이자 바람입니다. 후회 없이 잘 무탈하게 끝냈으니 요즘은 여행 가고 싶어요. 여행가서 혼자 맥주 먹다가, 산책하다, 또 숙소 들어와서 맥주 먹고, 영화보고. 하하. 혼자 여행가는걸 좋아해요. 여행은 또 다른 저의 모습을 찾는 힐링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여행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싶기도 하고요. 서울 출신이다보니 지방에 가기만 해도 특산물 먹을 생각에 설레요.(웃음)"

"저는 고요한 새벽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 때 영화를 보면 정말 기분이 좋아져요. '킬 유어 달링'은 제 인생영화고요. '찰리 컨트리맨', '퍼펙트 센스'도 좋아해요. 이거 보고 '사랑을 하려면 이렇게 해야지'란 생각을 했어요. 항상 표현하고, 자기 감정을 숨기지 않고, 상대방에 최선을 다하면서요. 영화에 나오는 감정의 사랑을 꼭 해보고 싶어요. 제가 멜로 영화를 좋아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슬픔 보다 더 슬픈 이야기'를 인상 깊게 봤어요. 원태연 감독님이 연출했는데 시인으로도 유명하잖아요. 그 분의 책을 어느 카페에서 읽었는데 마음에 정말 와닿아서 서점을 돌아다니면서 다 구했어요. 보니까 저보다 어렸을 때 쓴 시도 많은데 도대체 이분은 어떤 사랑을 했길래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궁금해지더라고요. 대단하신 것 같아요. 나중에 제가 연기력이 출중해졌을 때 원태연 감독님과 꼭 한 번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2015년, 양띠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양띠인 이원근도 올해가 시작할 때 야심차게 시작했던 목표가 있었으리라. 연말을 향해 가고 있는 11월, 그는 계획했던 것들을 어느정도 이뤘을까.

"저는 연기할 때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은 메모를 합니다. 다음에는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고요. 아직은 많이 부족하긴 한데 더 매끄러워진게 한 두개씩 보여요. 연기에 대한 열정, 공부는 식지 않고 커진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니 연기적인 부분도 조금은 성장하지 않았을까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공부도 해야 하지만요(웃음)."

이원근은 인터뷰를 마치며 배우로서 포부를 전했다. 당분간 휴식을 취하겠지만 내년 상반기에 김하늘, 유인영과 함께 찍은 영화 '여교사'로 다시 돌아올테니 오래기다리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앞으로 끊임없이 노력해서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 배우가 노력하는게 보이는구나' 그런 마음이 느껴질 때까지요. 그 자체가 큰 성취감이 아닐까요. 칭찬만 들으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끝없이 지적해 주시면 겸허히 받아들이고 성장한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촬영 김효범 작가, 장소 제공 Beom Studio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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