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서상범의 광고톡!톡!]알파고-이세돌 대국, 울고 웃은 기업들은?
HOOC| 2016-03-16 18:07
[HOOC=서상범 기자]세기의 대전으로 불리며 숱한 화제를 낳은 알파고와 이세돌 九단(프로기사들은 한자로 단(段)을 표시한다고 합니다)의 대국이 15일로 막을 내렸습니다.

인공지능과의 고독한 싸움을 7일 간 치러낸 이 九단. 인류 대표의 자격으로 대국에 임했던 그는 비록 알파고한테 패배했지만, 그간 그가 보여준 모습은 너무나도 인간적이었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집념을 보여준 그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이번 대전은 여러가지 화제를 낳았습니다. 인공지능과 인간과의 공존에 대한 물음, 다가올 인공지능 사회에 대한 대비 등 인문학적 문제에서부터 인류의 미래에 대한 고민까지 다양한 화두를 남겼죠. 광고톡!톡!에서는 그 중에서도 마케팅의 관점에서 바라본 알파고-이세돌 대전을 다루려고 합니다.

먼저 이번 이벤트의 최대 수혜자는 누가 뭐래도 구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총상금 100만달러라는 비용을 투자해 자신들이 개발중인 기술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을 불러모았죠. 

단순히 홍보효과만 거둔 것이 아닙니다. 실제 다섯번의 대국이 진행되면서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 주가는 나흘간 5% 이상 올랐습니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는 무려 25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30조원이 늘었죠. 의결권이 없는 알파벳 주식(C형)도 30조원 가량 늘어 두 종목을 합하면 시가총액 증가분은 무려 60조원에 달합니다.

물론 이 현상이 100% 이번 대전 때문은 아니겠지만, 구글이 보여준 인공지능 기술에 많은 투자자들이 영향을 받았던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구글 외에도 알파고-이세돌 대국으로 인해 수혜를 받은 이들은 또 있습니다. 우선 이번 대국의 장소가 됐던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입니다. 
사진=포시즌스 서울 홈페이지

캐나다계 글로벌 호텔 체인인 포시즌스호텔&리조트가 운영하는 이 호텔은 최고급 6성급 호텔을 표방하며 지난해 10월 오픈했지만 국내에서는 경쟁자인 신라호텔 등에 인지도 차원에 밀려 고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결을 통해 연일 내ㆍ외신에 등장하는 것은 물론, 별다른 사건사고 없이 세기의 이벤트를 무사히 치뤄냈죠. 여기에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 등 국내외 VIP들이 방문했다는 홍보 효과 역시 덤으로 가져갔습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향후 주요 행사를 유치할 때 이번 알파고-이세돌 대전을 성공적으로 치뤘다는 이력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신라호텔 영빈관이나 반얀트리 등이 주도하던 전시, 컨벤션 행사에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마케팅에 드디어 눈을 떴다는 평가를 받는 LG전자 역시 이번 대국의 수혜자로 꼽힙니다. 이번 대국에서 이세돌 九단이 입었던 셔츠 손목 부위에는 G5라는 자수가 새겨져있었는데요. 바로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의 이름이죠. 여기에 이 九단이 손목에 찼던 시계는 오는 4월 출시될 LG전자의 스마트 워치 ‘LG G 워치 어베인 세컨드 에디션’이었습니다. 
LG전자의 스마트 워치 ‘LG G 워치 어베인 세컨드 에디션'을 착용한 이세돌

특히 LG 전자의 마케팅이 의미가 있는 것은 모두 자세히 보지않으면 모를 정도로 차분하게 대국과 어울렸다는 점입니다.

세계적인 이벤트에서 대놓고 자사 제품을 홍보한 것이 아니라, 이세돌 九단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를 했다는 평가입니다.

이외에도 기업은 아니지만 바둑에 대한 홍보와 국민적 관심을 톡톡히 얻은 한국 기원도 수혜자로 꼽힙니다.

반면 이번 대국으로 인해 남몰래 눈물을 흘린 기업들도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최신형 스마트폰인 갤럭시S7의 국내 출시일과 이번 대국이 겹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모델들은 매번 출시 행사를 할 때마다 IT업계는 물론, 일반 대중들에게 화제가 됐는데요.

적어도 이번 갤럭시S7의 경우에는 알파고에 밀려 IT분야의 기사에서도 큰 이슈몰이를 하지 못했습니다. 
구글 트렌드 검색을 통해본 알파고와 갤럭시S7의 온라인 키워드 언급수. 파란색의 알파고 언급에 비해 갤럭시S7의 언급량은 확연히 차이난다

특히 갤럭시S7이 출시된 3월 10일을 전후해 구글 트렌드(축척된 데이터와 검색어들로 트렌드를 보여주는 사이트)에서 키워드를 넣고 비교해봤는데요.

알파고와 갤럭시S7, 갤럭시s7를 검색한 결과가 확연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알파고를 검색한 비중이 100이라면 나머지 두 단어를 검색한 사용자는 10에도 못미쳤죠.

신제품의 출시일이 하필이면 알파고라는 거대한 물결이 치던 장날이었던 셈입니다.

알파고에게 이슈를 뺏긴 업체는 또 있습니다. 바로 세계 1위 드론 업체 DJI인데요. 이 업체는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에 국내 첫 공식 매장을 열었지만 상징성에 비해 화제를 일으키지는 못했습니다. 
서울 마포구에 문을 연 DJI 국내 공식매장

역시나 IT업계의 관심이 모두 알파고에게 쏠렸기 때문이죠.

마케팅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에게 이번 알파고-이세돌 대국이 시사하는 바가 클 것 같습니다.

tiger@heraldcorp.com

<광고와 마케팅, 브랜드에 관심이 많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고에미친기자]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