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서상범의 광고톡!톡!]제자리로 돌아온 제일기획의 3가지 키워드
HOOC| 2016-06-15 12:09
[HOOC=서상범 기자]거센 풍랑을 만났던 국내 1위 광고회사 제일기획이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올해 초부터 진행되던 매각이 결국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15일 제일기획은 프랑스 광고회사 퍼블리시스와 진행하던 지분 매각 협상이 최종적으로 결렬됐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1월 불거진 제일기획의 매각설은 광고업계 전반에 충격을 줬는데요.

광고업계는 국내업계 1위 회사마저도 외국계에 넘어간다는 우려 섞인 시선과 함께, 향후 업계 재편에 대한 후폭풍에도 대비하는 등 매각 상황을 예의주시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매각 무산으로 제일기획은 국내 1위 광고회사의 자리를 지키게 됐습니다. 여기에 향후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보이는데요.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은 매각이 최종 결렬된 후 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좋은 사람은 공격적으로 뽑고 필요한 부분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재정비에 나선 제일기획이 앞으로 강조할 부분은 과연 무엇일까요?

첫번째로는 디지털 분야의 강화입니다. 제일기획은 디지털 분야의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전통적인 광고회사가 아닌 종합 마케팅 솔루션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디지털 PPL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더바바리안그룹 사옥

관련 사업의 매출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0년 전체 영업이익에서 19%를 차지하던 디지털 분야는 2012년 21%, 2015년 28%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는 29%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디지털 관련 자회사인 더바바리안그룹(TBG)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를 위해 제일기획은 지난해 본사 디지털 담당 부문장을 TBG의 새로운 CEO로 보내 조직을 정비중입니다.

최근 캠페인 등 주요 광고 전문 외신에 따르면 TBG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섰습니다. 이를 위해 창업자인 키스 버터스(Keith Butters)를 비롯한 기존 TBG의 주요 임원들이 물러나는 등 인력 교체가 한창입니다. 해외 매체 애드위크는 TBG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주요 임원은 물론, 디지털 관련 기술 인력 역시 대대적인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이들이 나간 자리에는 제일기획의 디지털 사업에 정통한 이들이 채워져, 본사와 글로벌 사업의 디지털 전략을 주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는 리테일(소매ㆍ유통) 분야에 대한 초점입니다. 리테일 사업 역시 제일기획 영업이익에서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2010년13% 수준이던 리테일 부문 영업이익은 2012년 19%, 2015년 25%로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센터스테이지

특히 리테일 분야는 모기업인 삼성전자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삼성전자의 제품들이 판매되는 온ㆍ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각종 제품의 마케팅 서비스까지 발전할 수 있는 영역이 큽니다.

실제 제일기획은 삼성전자의 가전제품 전시솔루션 ‘센터스테이지’를 개발하는 등 전 세계 곳곳에서 협업을 진행 중입니다.

여기에 최근 출범한 제일 리테일(Cheil Retail)이라는 조직도 기대됩니다.

1500명의 관련 인력과 43개 지역에 위치한 52개의 조직을 하나로 통합해 운영되는 이 조직은 향후 전통적인 리테일 사업은 물론, 빅 데이터를 통한 데이터 분석,디지털 솔루션을 결합한 오프라인 매장 등 다양한 형태의 리테일 서비스 제공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제일기획 본사

마지막으로는 그동안 동요됐던 직원들의 사기진작입니다. 매각이 진행되면서 특히 당사자가 된 직원들의 상실감도 컸는데요.

선망의 대상에서 한순간에 매각을 걱정하는 신세로 전락된 것에 대한 상실감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에 불안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여기에 언론들의 비판적인 시선도 이들에게는 상처가 됐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새로운 삼성에서 본사 광고물량에 기대어 온 제일기획의 설 자리가 없었기에 매각 대상이 됐다”라는 시선입니다.

매각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4월 만난 제일기획의 한 중견급 직원은 “어쩌다 우리 회사가 그룹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신사업 확장을 위해 노력중인 상황에서 매각이 진행된다는 것이 아쉽다”고 속내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

매각 결렬이 확정된 후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이 직원들에게 강조한 것 역시 “감사하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임 사장은 “그동안 근거 없는 소문 속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업무를 수행한 임직원에게 감사함을 전한다”며 앞으로 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직원들을 다잡았습니다.

이제 재정비에 나서는 제일기획이 어떤 모습을 보일 지 주목됩니다.

tiger@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