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신격호 총괄회장 성년후견인 지정은 ‘양날의 검’
뉴스종합| 2016-06-30 10:51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치매 치료제 복용사실이 알려지면서 롯데 가(家) 경영권 분쟁도 새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롯데가의 후계자’라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주장에 큰 힘을 실어준 것이 바로 ‘신 총괄회장의 뜻’이었던 만큼, 신 총괄회장이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는 게 기정사실화 될 경우 사실상 신 전 부회장의 그 동안의 주장과 향후 ‘반격 카드’들이 힘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입원 감정이 미뤄지면서 제자리걸음을 하던 성년후견인 지정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의 치매 치료제 복용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의미는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약물 복용’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년후견인 지정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롯데 경영권 분쟁의 향배가 걸린 신 총괄회장의 판단 능력이 결국 수면 위로 드러남에 따라 1년간 끌어 온 경영권 분쟁도 서서히 마무리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사진 좌측)의 치매 치료제 복용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롯데가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성년후견인 지정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사진은 신격호 총괄회장(왼쪽)과 신동빈 회장

하지만 신 총괄회장의 치매약 복용사실 공개와 이로 인한 성년후견인 지정이 경영권 분쟁 종식으로 순탄하게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우선 신 전 부회장 측은 성년후견인 지정과 경영권 분쟁이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치매를 인정할만한 자료가 없기 때문에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에 대한 기각을 기대하고 있다”며 “후견인이 지정된다고 해도 어차피 경영권 분쟁은 신동주, 신동빈 형제간의 다툼이므로 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는 8월 10일 열릴 6차 심리에서 가려 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 총괄회장이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게 밝혀져도 단순히 신동빈 회장에게 상황이 유리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 비록 형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세 번째 표대결에서 무난하게 승리를 거뒀지만 ‘원롯데 원리더’로서 신 회장의 자질을 볼 수 있는 진정한 시험은 지금부터라는 지적이다.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적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신동빈 회장 역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요 임원들이 줄줄이 소환조사를 받은 만큼 오는 주말께 귀국 하는 신 회장에 대한 검찰 소환 가능성, 더 나아가 수사과정에서 출국 금지 조치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신 총괄회장이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지금까지 롯데가를 둘러싸고 제기돼 왔던 부동산 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 배임ㆍ횡령, 일감몰아주기 등 각종 의혹에 대한 부담은 신 회장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할 가능성이 크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검찰 수사망에서 벗어나게 되면 검찰수사에 대한 신 회장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가 반드시 신 회장에게 유리한 전개라고는 볼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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