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휴가철 유기동물 급증 ①] 가족이라더니…반려동물판 ‘고려장’
뉴스종합| 2016-07-26 10:00
-서울시내 7~8월 유기동물 발생 월평균보다 30% 높아
-지난해 유기동물 47% 안락사ㆍ자연사로 죽음 내몰려
-전문가 “충동구매 등이 무분별한 구매 유기로 이어져”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ㆍ이원율 기자] ‘견공’들에게 여름은 공포 그 자체다. 매년 돌아오는 복날마다 수많은 견공들이 보양식이란 이름으로 식탁에 올려진다. 다행히 복날을 무사히 넘긴다 해도 생존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주인들의 ‘휴가’다.

한때 애지중지 키우던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례가 서울시내에서만 지난 한해 9000건이 발생했다. 시기적으로 휴가철인 7∼8월에 집중됐다. 싫증이 났다며, 혹은 늙고 병들었다는 이유로 휴가지에 슬쩍 ‘반려’동물을 내다 버리는, 사실상의 ‘동물판 고려장’인 셈이다.

▶늙고 병들었다고…버려진 반려동물=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내 주인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반려동물은 8902마리였다. 유기 동물 숫자는 2010년 이후 매년 감소해 5년 만에 절반 넘게 줄었다. 2010년 1만8624마리에 달했던 유기동물은 2011년 1만5229마리로 감소했다. 2012년 1만3556마리, 2013년 1만1395마리로 감소세를 이어오다 2014년에는 처음으로 1만 마리 이하로 떨어진 9551마리를 기록했다. 

[사진 1]매년 휴가철이면 유기동물의 수가 급증한다. 새끼였을땐 사랑를 듬뿍 받았을 테지만 늙고 병들면서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사진출처=123rf]

하지만 반려동물의 유기는 휴가철에 심각했다. 여름 휴가철인 7~8월에 유기동물 발생 수는 20~30% 늘어났다.

지난해 서울시내에서 유기동물은 7월엔 951마리로 월 평균(741마리)보다 28.3%, 8월엔 980마리로 32.2% 각각 증가했다. 2014년 역시 7월 한 달간 유기된 동물 수는 1020마리로 같은해 월 평균(792마리)보다 28.7% 높다.

새끼였을 때는 한없이 귀엽던 동물들이 막상 키우다보니 싫증나거나 병들었다고 유기되는 경우가 적잖다. 비용에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고, 동물을 버려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누군가 대신 키워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와 맞물려 휴가철 반려동물 유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영환 동물자유연대 선임간사는 “휴가철에 유기동물이 늘고 있다”며 “휴가 전 다른 동네에 슬쩍 버리고 오거나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휴가지에 놓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유기동물 발생 원인으로는 공장 제품 찍어내듯 무차별 공급되는 현상이 거론된다. 김 선임간사는 “작고 귀여운 동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새끼 때 입양했다가 이후 감당하기 어렵거나 싫증이 났다는 이유로 버려진다”며 “누구라도 돈만 있으면 충동구매도 가능하기 때문에 버려지는 것도 쉽다”고 덧붙였다. 그는 “무분별한 구입을 막아야 한다”며 “반려동물등록제 시행을 철저히 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유기동물 절반은 자연사ㆍ안락사=더 큰 문제는 버려진 동물들이 죽음으로 내몰린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서울시 ‘유기동물 구조ㆍ보호조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버려진 동물은 8902마리로 이중 자연사(1277마리)ㆍ안락사(2829마리) 비중은 46.1%(4106마리)나 됐다.

지난해 유기된 동물 가운데 25.3%(2256마리)만이 다시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다. 새로운 주인을 찾아 입양에 성공한 경우는 27.6%(2456마리)로 나타났다. 37마리는 아직 보호 중이고 나머지는 기증 또는 방사(47마리) 됐다.

안락사 비율은 개가 35.7%(2166마리)를 차지해 고양이 25%(634마리)보다 10%포인트 높았다. 

[사진 2] 지난해 ‘강아지를 버리지만 유기하는 건 아니다’고 주장하는 견주가 온라인커뮤니티에서 공분을 샀다. [사진출처=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전문가들은 유기되는 애완동물의 경우 야생성이 없어 생존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고 입을 모은다. 반려인과 친밀감이 유독 강한 개와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주인에게 버림을 받고 도로나 산에 버려진 애완동물들은 먹이를 구하지 못해 굶어 죽거나 익숙하지 않은 도로 위에서 차에 치여 죽기도 한다고 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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